황태랑 < 대한교과서 대표이사 trwhang@daehane.com > 어렸을 때부터 멋진 서가를 가졌으면 하는 꿈을 꾸었다. 책이 좋아 책을 사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이 쌓여가고 쌓여있는 책들을 바라보면서 그 다음은 멋진 서가를 한번쯤 그려보는 것이다. 사실 책이란 그 주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면 한순간에 천덕꾸러기로 변해버리고 만다. 교수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생전 아버지가 아끼셨던,방 하나에 가득하던 그많은 책들을 모두 고물상에 넘겼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적이 있는데 씁쓸한 웃음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집에 책이 많으면 이사를 해야 할 때가 가장 고역이다. 요즘이야 이삿짐 센터에서 책임을 지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짐을 싸고 풀었으니 책은 이사의 가장 큰 난제였다. 그래도 책을 버리지 못하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힘들게 끌고 다녔던 것은 책이 전해주는 말할 수 없는 큰 행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출판금고에서 격주로 발행되는 '출판저널'을 펼쳐볼 때마다 '서가풍경'에 눈길이 가장 먼저 간다. 자신 만의 색깔로 꾸며놓은 서가풍경을 잠시나마 사진을 통해 엿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기쁨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한마디로 책에 미친 사람이다. 하도 책을 많이 사는 바람에 아예 책만을 보관하는 집을 따로 지었으며 책 정리를 도와줄 사람을 뽑았을 정도라고 한다. 부러운 이야기지만 모두가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살 수는 없다. 또한 멋진 서가를 갖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서가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가란 단순히 책이 놓여 있는 곳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인의 모습이 투영된 책의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서가풍경이란 그 공간이 크던 작던,화려하던 아니던 그런 외적인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서가풍경 속엔 반드시 그곳과 가장 잘 어울리는 주인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책과 하나가 되어서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서가풍경. 가을엔 아름다운 서가풍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