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중국 금융위기 가능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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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17일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공식 합의서에 서명,WTO 가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남았던 양자협상 대상국 멕시코와의 협상도 끝나 중국의 WTO 가입은 총회 승인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중국이 WTO 가입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금융산업이다.
이를 반영,학계 일각에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졌다.
그 중 하나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쪽 편에 선 전문가들은 중국 상업은행의 불량채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 상업은행의 불량채권율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로는 농촌지역 금융기관인 농촌신용합작사의 신용위기다.
통계에 따르면 적어도 50% 이상의 신용합작사들이 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농촌지역에서 신용합작사들이 채무상환을 위해 서로 자금을 빌리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다.
이 견해의 근거로는 위안(元)화 환율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고, 대외무역 방면에서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또 위안화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커 저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상의 두 가지 견해는 모두 정확하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우선 금융위기가 발생할 거라는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중국의 상업은행은 서방 선진국의 상업은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외국의 상업은행은 말 그대로 상업적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중국 상업은행은 완전한 의미의 상업은행이 아니다.
국가의 은행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중국 상업은행의 배후에 국가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 일반 국민들은 불량채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은행은 정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가 당연히 자신의 예금을 지급해 줄 거라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은행에 몰린 돈이 급속하게 빠져나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해준다.
농촌의 신용합작사 문제도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금융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도시지역이지 농촌지역은 아니다.
농촌신용합작사 문제는 해당 농촌지역에 국한된 것일 뿐 중국 전체로 확산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 금융문제를 전적으로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금융관련 경제지표가 좋다고 해서 장기적으로도 낙관할 수 없다.
잠재적인 위기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중국 금융위기는 WTO 가입 이후 현실화될 수 있다.
중국의 WTO 가입 5년 후 많은 외국 선진 금융기관이 중국에서 런민삐(人民幣)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은행은 자산구조가 건실하고, 신용이 높다.
또 서비스 질이 우수하고 금융거래에 따른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는 등 경쟁력을 갖고 있다.
외국은행은 중국의 부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칠 것이다.
많은 뭉칫돈이 중국계 은행에서 외국은행으로 옮겨갈 수 있다.
중국은행의 치명적인 허점이 드러나고, 일반 국민들이 중국계 은행의 신뢰를 의심하게 된다면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은행이 지금 걱정해야 할 일은 불량채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서비스 부재다.
WTO 가입을 앞두고 학계에서 또 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가 경기후퇴기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도입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경제가 8~10%의 성장세를 보인 게 '장기 성장기 진입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아직 장기 성장기로 진입하지 않았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을 타기 위해서는 정부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 궤도를 타야 한다.
정부의 재정 간섭 없이 수요와 공급이 균형적으로 증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현실은 이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중국은 현재 내수 위축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중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은 정부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투자는 너무도 빈약하다.
이는 곧 장기 성장사이클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중국경제가 성장기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견지하되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정투자의 역할을 감소시켜야 한다.
정리=한우덕 베이징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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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이닝 베이징대학 광화(光華)관리학원 원장이 최근 베이징 세미나 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