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슬람권 국가에 대한 보복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지역을 주요시장으로 하는 국내 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수출비중이 큰 기업들은 서둘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지사를 둔 기업들은 주재원 철수 방안을 강구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아 기업들은 전선이 극히 일부 지역에 한정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여행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중동지역 관광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높아가는 수출 피해 우려=흥아타이어의 경우 중동지역이 전체 수출액 가운데 12%(월 60만달러 상당)를 차지하고 있어 수출 차질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다. 타이어를 미리 중동 지역에 선적하는 등의 방안을 바이어와 협의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주문생산이어서 여의치 않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타이어 튜브를 수출하고 있는 삼익TR도 이 지역 수출물량이 전체의 30%에 달해 월 10만달러 가까운 수출이 중단돼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산상의 이성재 과장은 "대부분의 중동 수출업체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있으나 별 다른 대안은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수출 부진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데 미국의 보복 조치로 기업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중 타격 관광업계=미국 여행 중단으로 이미 한차례 타격을 입은 여행업계에선 '예약취소' 불똥이 중동지역으로 튀면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자유여행사는 15일 카이로로 출발하는 30여명의 단체여행객 가운데 10명이 출발을 포기했으며 두바이 등을 방문하려던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일정 취소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세계일주와 롯데관광개발도 각각 16일과 다음달 초 출발하려던 지중해 여행상품 예약 고객들이 잇따라 일정을 취소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테러사건으로 인해 미국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유럽 호주 등 기타 지역의 여행상품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주재원 철수 등 대책 마련 분주=중동지역에 있는 국내기업들은 근로자와 주재원 등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주 공격 타깃으로 떠오른 아프가니스탄에는 한국 업체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중동 지역에는 두바이의 32개사를 비롯해 리야드 13개,쿠웨이트 6개 등 모두 60여개사가 지사를 두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디아 지역 건설현장에 파견된 9명의 근무자를 포함,중동지역에 모두 21명의 주재원을 두고 있는 삼성물산은 UAE 두바이지점장 박홍식 상무를 대책반장으로 임명,소개(疎開)대책을 세우고 있다. 두바이 테헤란 암만 등 3곳에 지사를 두고 있는 LG상사를 비롯해 다른 종합상사들도 현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대책을 운용토록 지침을 내려보냈다. 중동측 바이어와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거래대금의 안정된 회수를 위한 안전조치와 계약 불이행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토록 했다. LG전자는 두바이의 판매법인과 테헤란 바그다드의 판매지점간 24시간 비상연락 체제를 가동토록 하는 한편 이 지역에 TV와 에어컨 등을 중심으로 연간 5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판매대금의 안정된 회수 방안도 마련토록 했다. 김태완·서욱진·부산=김태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