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지구촌 '4차 오일쇼크' 가능성 배제못해..에너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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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일제히 급등세로 돌아섰다.
국제 원유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단순한 응징 수준에 멈추지 않고 일부 아랍국가들과의 정면 충돌로 비화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문명의 충돌'에서 주장한,이른바 기독교와 이슬람권간 전면전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석유 수급 차질을 빚으면서 배럴당 30∼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경기 침체에 시달려온 세계 경제가 90년 걸프전에 이어 4차 오일쇼크를 맞아 회복불능에 빠질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3일 국제 석유시장에서 두바이유 현물가격(10월 인도분)이 미국과 일부 아랍 산유국간 충돌에 대한 점증하는 우려를 반영, 전날(25.30달러)보다 0.85달러 오른 배럴당 26.15달러까지 솟구쳤다고 14일 밝혔다.
두바이유 값은 미 세계무역센터(WTC) 테러가 발생한 지난 11일 시장불안 우려가 확산되면서 배럴당 26.1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수급 안정' 의지를 밝히자 12일에 25.30달러로 일시 하락한 바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배럴당 28.28달러를 기록, 지난 12일 27달러대(27.87달러)로 내려선 지 하루만에 다시 28달러대로 뛰었다.
사흘만에 거래가 재개된 미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도 마지막 거래가격이 형성된 지난 10일(27.52달러)보다 배럴당 1.13달러 상승한 28.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석유공사는 이날의 국제유가 반등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임박한데다 이라크가 미 항공기 충돌테러 사건에 공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미.영 전투기들이 지난 8월말 이후 네번째로 이라크를 공습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챠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유가 급등은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OPEC는 공급이 부족할 경우 적절히 대응할 것이지만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 것으로 OPEC 관영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산자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면 탄력세율 적용 및 정부 비축유 방출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비상대책을 이날 확정했다.
박일범 석유공사 해외조사팀 과장은 "석유 수요가 많은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국제유가는 어떤 경우라도 하향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