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전부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1997년 도소매업진흥법을 폐지,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한지 4년만의 일이다. 지난 4개월간 외부 전문가들을 동원, 심혈을 기울였다는 이 법 개정안의 골격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각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원대상은 물류 유통정보화 재래시장 유통업자 등이다. 둘째, 대규모 점포(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유통시장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다. 셋째는 유통산업의 인프라 구축과 해외진출을 위한 기구들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구 신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유통.물류진흥원과 국제유통센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옥상옥(屋上屋)이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공무원 퇴임후 자리만들기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국유통.물류진흥원의 업무내용은 유통표준코드 관리와 유통전문인력 양성, 유통부문 국제교류사업, 정부위탁사업 등이다. 이런 사업들은 민간부문에서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더구나 진흥원을 만드는 자금까지 민간기업에서 내라는 구상은 문제가 있다. 국제유통지원센터도 마찬가지다.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이 없다. 기구가 없어 해외로 못나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기구 신설보다는 해외에 주재하는 인력이나 기구의 효과적 활용이 더 시급하다. 해외에는 각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을 비롯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지자체 대기업 해외사무소들이 깔려있다. 이들이 본업에 충실토록 여건만 조성해줘도 기구 신설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점포 규제의 명분은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극소수 유통 대기업이 전국을 장악하는 과점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은 정교해야 한다. 분쟁조정 절차, 조정위원회 구성, 조정시기 등을 명확하게 규정해 유통 대기업이나 종소상인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는 얘기다. 행여 어설픈 법 규정 때문에 통상마찰을 일으키거나 대기업과 중소상인간 갈등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