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가좌동에 있는 전자부품 수출업체인 훼이시스 김종문 사장의 입술은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전자회로 PCB모듈의 수출용 샘플 12종에 대해 탁송을 의뢰했는데 항공수속을 밟던중 미국의 전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5일째 물건이 한국에 머물고 있어서다. 김 사장은 "미국 수출선을 처음으로 트게 되면서 큰 기대를 걸었는데 당초 약속한 공급일에서 벌써 이틀이 지났다"며 "바이어측이 이해하고 있다는 전문을 보내오긴 했으나 좌불안석"이라고 말했다. 그간 항공기를 통해 북미지역에 하루 70만∼80만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수출해온 광주지역 반도체생산업체인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11일 출발한 항공기가 현재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로 회항한 것을 비롯 12일과 13일분 수출 물량도 공항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3∼4일 정도 결항이 계속되면 원자재 공급 중단으로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마저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테러로 북미지역 하늘길이 사흘째 막히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고생 끝에 오더를 따낸 수출업체들은 주문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항공화물운송업체도 동병상련의 처지다. 싣기만 하면 '돈'이 되는 예약물량을 창고에 쌓아놓은 채 소주잔만 기울이고 있다. ◇부분적으로 열린 하늘길=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당초 13일 오전 1시부터 공항 폐쇄 조치를 해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보안점검과 항공사와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전면개방 시간이 늦춰졌다. 우선 비상대기중인 비행기부터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 화이트호스공항으로 회항해 대기하고 있는 대한항공 KE085편은 14일 오전 9시 당초 목적지인 뉴욕으로 비행할 계획이다. 아시아나의 OZ222편도 13일 오후 4시께 회항지인 캐나다 애드먼튼에서 뉴욕으로 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출발 예정인 미주행 노선은 13일에도 결항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인천공항∼뉴욕간 등 8편의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괌,사이판행을 포함해 이날 예정됐던 미주행 6편의 여객기 운항을 취소했다. ◇고통이 더해지는 관련 업계=신발소재 업체인 경남 김해시 H사도 60만달러의 계약이 걸린 특수합성수지 신제품 샘플을 미국에 보내려고 인천공항을 출발한 항공기가 회항하는 바람에 운송에 실패했다. 약속한 날짜에 샘플이 도착하지 않아 주문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마산수출자유지역내에 있는 N사는 11일과 12일 이틀동안 미국쪽으로 수출하려던 휴대폰 반제품과 완제품 1천8백만달러어치(16만대)의 물품을 보내지 못했다. 원자재 9백만달러도 미국에서 도착하지 않아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항공화물업체 D사 관계자는 "하루 벌어 하루먹고 사는데 운송이 막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현재로선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대책이 없다=대부분의 업체들은 북미지역 공항이 모두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5백t도의 물품이 대기중"이라며 "최악의 상황땐 2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DPE인터내셔날 코리아 최한경 이사는 "북미지역 하늘길이 3∼4일내에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항공화물은 주로 고가품이거나 빠른 시간에 운송해야 하는 물품이므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후진·김희영·김태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