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금융회사들의 '탈(脫)맨해튼 바람'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맨해튼이 사상 초유의 테러에 의해 사실상 마비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세계 주요 은행들은 외환거래 거점을 뉴욕 맨해튼에서 시카고나 영국의 런던 등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모두 맨해튼에서 철수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아메리칸증권거래소 등 뉴욕 증시의 거래운영이 한시적으로 이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외환 중개업체인 씨티그룹은 12일 뉴욕 사무소를 각종 질문에 응답하는 요원만 남겨두고 사실상 철수했으며 대신 런던 등에 인력을 긴급 보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뉴욕 사무실의 기능을 대폭 축소했으며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 LA 사무실의 기능을 대폭 강화시켰다. 이 은행도 고객들의 문의에 답하기 위한 수준의 스태프만 뉴욕에 남겨두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이날 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 여파로 뉴욕 사무소를 무기한 폐쇄한다고 밝혔다. 무디스 뉴욕사무소는 공중납치된 여객기 충돌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한 블록 떨어진 처치스트리트에 위치해 있다. 무디스는 미국내 다른 지역에서의 신용평가 업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무역센터(WTC)에 입주해 있던 업체는 물론 메릴린치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투자은행들도 '탈 맨해튼'에 나서고 있다. 이들 투자은행은 대부분 맨해튼 건너편인 뉴저지주로 사무실을 옮기고 있다. 특히 뉴저지주에 사무실을 두고 있던 UBS워버그는 강력한 라이벌인 살로먼스미스바니에 사무실 제공을 제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항공기 충돌 테러로 붕괴된 뉴욕 맨해튼내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그외 한개 빌딩에 입주해 있던 기업들중 일부가 서둘러 새사무실 물색에 나서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입주업체들의 '새집찾기'도 시작됐다. 뉴욕의 상업용빌딩전문 부동산업체들에는 벌써부터 새로 입주할 빌딩을 찾기 위한 기업들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CBS마켓워치닷컴이 12일 전했다. 쿠슈먼앤드웨이크필드의 미국영업본부장인 브루스 모슬러는 "7∼8개 기업으로부터 사무실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며 "그들이 요구하는 사무실 넓이는 수백만평방피트에 달한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를 구성하는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시장 아메리칸증권거래소 등 3대 거래소도 당분간 뉴욕을 떠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3대 거래소의 운영이 필라델피아증권거래소 등 지방 거래소로 한시적으로 이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3대 증권거래소는 사상 초유의 테러 사건에 따른 비상플랜으로 거래소를 필라델피아 등 지방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뉴욕 트레이더들도 재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