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오사마 빈라덴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빈 라덴 이외에 다른 이슬람단체나 국가가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12일 제기됐다. 이스라엘의 하레츠지는 이날 한 개의 단체가 항공기 4대를 납치하고, 미리 정해진 목표물에 충돌시키는 것은 물론, 관련 공항과 항공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필요한 테러범들을 물색하는 일을 한꺼번에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번 사건 범행자들이 무기까지 항공기내로 밀반입하고, 모든 테러행위를 동시에 감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 단체의 단독범행보다는 한 개 이상의 단체가 공모했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슬람단체들 중에서는 ▲미국을 해치거나 공격하는 것이 세계질서 변화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목표를 세웠거나 ▲중동지역에서의 미국 축출을 추구하는 단체가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기준에 비춰볼 때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이나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대(對)이스라엘 투쟁에 집중하고 있어 미국에 대한 공격에 나설 여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이집트와 알제리, 튀니지 등의 과격 이슬람단체들과 헤즈볼라도 외부 문제보다는 내부 문제에 치중하고 있어 미국에 대한 공격을 우선순위로 삼기 어렵다는 것.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 예멘, 발칸반도 등에서 활약하는 이슬람단체들과 오사마빈 라덴의 조직은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공격을 추구할만한 논리적 배경과 여력이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이와 함께 이번과 같은 동시 다발 테러공격을 위해서는 수십명의 가담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훈련과 지원을 위해서는 몇 개 단체 뿐 아니라 특정 국가 차원의 비호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을 지원할 능력과 동기가 있는 나라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리비아가 꼽혔다. 아프가니스탄은 자국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공격할 충분한 이유와 능력이 있으며 이라크는 공격하고자 하는 동기는 높지만 능력이 의문시되고 리비아도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복수욕구가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시아파 이슬람국가인 이란이 수니파인 빈 라덴의 공격을 지원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