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대한 통상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의 고위 경제관료들이 부시 대통령 방한에 앞서 잇달아 한국을 방문,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분야별 "통상현안 리스트"에 대한 조율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대북 정책 등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협조 관계를 명확히 하는 대신 경제분야에서는 분명한 실리를 챙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그동안 줄곧 불만을 제기해온 한국 채권단의 하이닉스반도체 지원과 자동차 수입 불균형 문제를 놓고 강력한 압박을 가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 먼저 한국을 찾는 미 경제관료는 앨런 라슨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그는 12일 이틀간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경제의 현황과 무역 현안들을 논의한다. 내달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수입차 문호를 넓히기 위한 한국 정부의 분명한 성의 표시를 요구할 것으로 정부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 금융회사들의 지원에 한국 정부측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세를 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라슨 차관의 서울 방문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대비한 정지작업"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는 17~19일에는 케네스 댐 재무부 부장관이 서울을 찾는다. 그는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만나 통상현안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존 헌츠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18일께 한국에 온다. 마지막 주자는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내달 초 서울에 와 부시 대통령 방한 준비작업을 최종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지작업을 거쳐 부시 대통령은 10월 20~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에 앞서 한국을 찾는다. 현재 한.미 최대의 통상현안은 자동차 교역 불균형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자동차를 해외에 1백68만대나 수출한 한국이 외국으로부터 고작 1만1천여대만을 수입한 것은 시장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8%인 수입차 관세율을 2.5% 수준으로 낮추라는 등 내정 간섭에 가까운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하이닉스의 자국 경쟁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를 의식,채권단의 출자전환 계획은 WTO(세계무역기구) 보조금 규정에 위반된다는 등의 주장을 강도높게 개진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한발 나아가 하이닉스를 덤핑수출 혐의로 제소,회생 작업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의지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투신 및 대우차 매각도 모두 미국 기업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압력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로 예정된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에서 미국 보잉사가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