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깬 시점은 주말을 목전에 둔 장 후반이었다. 무기력한 등락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던 환율은 강한 매수세를 등에 업고 물량이 없는 틈을 타 4주만에 1,290원대로 올라섰다. 지표로 바라보고 있던 달러/엔 환율의 변화는 미미했던 반면 역외매수, 결제수요, 달러되사기(숏커버) 등 3박자가 일시에 몰린 것이 급등의 요인. 추가적인 박스권의 재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음주에도 달러/엔 방향을 신중히 탐색하면서 역외세력의 매매동향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추세전환의 신호가 조금씩 비치고 있어 다음주 거래는 1,285∼1,295원 사이로 변동폭을 넓게 가지면서 강보합권 마인드가 유효할 전망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20원 오른 1,290.1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달 7일 1,290.10원에 마감된 이래 4주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번주 들어 닷새내내 올랐다. 지난주 금요일 1,278원에 마감한 환율은 이번주 들어 10원 이상의 오름세를 보이며 1,290원대를 점령한 셈. ◆ 박스권 상향 조정 필요성 대두 = 최근 박스권내의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가던 환율에 균열이 가고 있다. 1,280원대의 견고한 벽은 달러화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인식이 바뀌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 셈. 특히 전날과 이날에 걸쳐 달러 강세로 이끌려는 역외세력의 매수세는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세력이 관망세가 짙었으나 1,280원이 막혔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며 "롤오버에 나서면서 추세 전환의 신호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유로/엔 재정거래에 의해 상승은 제한받을 것으로 보이고 1,290원대에서 무조건 팔겠다는 세력이 매도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다음주는 1,285∼1,295원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어제, 오늘 물량이 부족한 느낌이었다"며 "안이하게 팔자에 나섰던 은행권에서 결제수요와 역외매수세 등으로 급하게 숏커버에 나선 것이 다소 과하게 환율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위로는 무거운 감이 있는 반면 역외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달러 매수에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며 "그러나 국내서도 외환카드 매각 대금 등의 변수가 있어 한 방향으로 몰기는 불안한 느낌도 있다"고 덧붙였다. ◆ 달러/엔 오름세에 곁들인 강한 매수 열기 = 달러/엔은 오후 5시 16분 현재 121.18엔으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NAPM 비제조업 지수의 악화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120.87엔에 마감했으나 도쿄에서 일본의 마이너스 성장 여파가 엔화 약세를 자극하며 121엔대로 올랐다. 일본 정부는 2/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0.8%로 발표했다. 그러나 달러/엔이 달러/원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았으며 엔/원 환율은 1,064원선을 가리키고 있다. 오는 12일 예정된 미·일 재무장관 회담까지 달러/엔의 조심스런 움직임이 예상된다. 이날도 개장부터 역외세력은 개장초부터 강도는 세지 않으나 매수세를 이으면서 시중의 대기 매물을 흡수했다. 시중포지션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1,285원선에서 소규모 결제수요를 유입했을 뿐 네고물량은 출회하지 않았다. 개장가를 저점으로 조금씩 상승 궤도를 그리던 환율은 오후장 중반까지도 보합권에서 지루한 횡보세를 거듭했었다. 그러나 1,286원선에서부터 나온 정유사의 결제수요와 역외매수세가 시장을 뒤흔들자 달러매도초과(숏) 상태이던 은행권에서 서둘러 달러되사기에 나선 것. 국책은행에서도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1,290원 이상에서 네고물량을 내놓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시장 거래를 활발하지 않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40원 내린 1,285.50원에 출발한 환율은 10여분 동안 이 선에서만 거래가 체결되다가 달러/엔 상승을 타고 10시경 1,286.30원까지 낙폭을 줄였다. NDF환율은 엔화를 따라 오름세가 주춤하긴 했으나 1,287.50원 사자, 1,288.50원 팔자에 마감한 바 있으며 달러/엔이 120엔대로 내려선 것이 하락출발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환율은 1,286원선에서 방향을 탐색하다가 11시 16분경 1,287원으로 상승반전, 한동안 이 선 초반을 거닐다가 마감을 앞두고 상승폭을 확대, 1,287.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50원 낮은 1,287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6.80원까지 잠시 내려섰다가 이내 1,286∼1,287원 언저리에서 조용한 흐름을 이었다. 그러나 환율은 장 후반들어 강한 역외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가세, 조금씩 고점을 높여 4시 27분경 1,290.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장중 고점은 1,290.50원으로 지난달 14일 1,290.5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綏逑像만?저점은 개장가인 1,285.50원이 유지됐다. 하루 변동폭은 5원으로 이달 들어 가장 이동범위가 넓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동향은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은 이틀째 주식 순매도를 보이며 거래소에서 265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91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1,5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4,27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130만달러, 3억9,350만달러가 거래됐다. 8일 기준환율은 1,287.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