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북한말씨가 어색했는데 지금은 그저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나 마찬가지로 느낍니다"


시청률 20%를 상회하는 KBS 1TV의 인기 일일드라마(월~금요일 오후 8시25분)「우리가 남인가요?」(극본 최현경. 연출 이성주)에서 탈북청년 필재 역을 맡고 있는정은표(36)씨.


그는 4일 임진각 망배단에서 전통 혼례를 올리고 북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필재는 이 드라마에서 중국을 거쳐 입국한 탈북자로 '보호시설'에서나온 뒤 의사인 당숙 상호(이정길 분)에 의탁하며 지내다 간호사 미연(김채연 분)과 어렵게 만나 마침내 신혼살림을 차린다.


지난 2월5일 드라마 시작후 3개월이 지나 첫 방송을 탄 그는 능숙한 북한맡투와 순박한 외모때문에 진짜 탈북자 출신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을 정도.


그는 실제 매번 방송 대본이 나올 때마다 아우처럼 여기는 탈북자 박상학(34)씨를 찾아가 말투며 억양, 얼굴표정 등을 배우고 있다.


이때문에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쟤도 넘어온 애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작가와 연출자가 그리려는 탈북자는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느라 조금은 어설프지만 이해타산면에서는 오히려 순수한 모습이다.


정은표는 이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164㎝의 단신에 시골총각 같은 외모도 흔히 생각하는 북한 동포 이미지와 꼭 맞는다.


이 드라마 제작을 총괄하는 김종식 드라마제작국 부주간은 "탈북자들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이고 이들을 감싸 안아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어 필재역을 비중있게 다루었다"고 말한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 시절 무척 예뻤던 연극반 지도교사에게 잘보이고 싶어 연극반에 들어가 연기에 눈을 떴다.


그뒤 서울예전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기수업을 받은후 연기자의 길로 나서 '동아연극상 신인상'과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킬리만자로' '행복한 장의사' '유령' '진짜사나이' 등에도 출연했다.


그는 극중의 수더분한 인상 만큼 마음씨도 착한 모양이다.


「우리가 남인가요」에서 그의 짝이 되는 김채연은 "함께 연기하는 사람들을 잘 배려해 줘서 후배들도좋아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졸업후 연극할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당시 형편으로는 도저히 살림을 꾸릴 수 없어 결혼을 포기했어요. 지금은 애인도 없지만 사실 사람을 사귈 시간을 내기도 쉽지않을 것 같네요"


드라마 촬영뿐 아니라 출연키로 한 영화가 3편이어서 당분간 짬을 내기가 쉽지않을 것 같다는 그는 4남1녀의 막내가 혼자사는 모습을 애처로워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송구스럽다고.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필재의 순박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