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4일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채 조각 수준의 정부부처 개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당정개편 구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구체적인 개편방향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여권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종합할 때 민주당 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국무총리 등 "빅3"를 신속히 임명한뒤 시차를 두고 이번주말께 전면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5일 오후,늦어도 6일 오전쯤 "빅3"자리에 대한 인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빅 "3"=일부에서 이한동 국무총리의 유임을 관측하는 사람들도 있으나,김 대통령이 당대표를 비롯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을 모두 교체해 꼬인 정국을 정면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총리를 경질할 경우 비호남 출신이면서 화합형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후임 총리에는 김중권 민주당 대표와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수성 전 총리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줄지의 여부가 관건이다. 때문에 이 총리를 유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 총리는 이날 자민련 당적은 유지한채 총재직 사표를 제출했다. 이 총리가 김 대통령과의 교감을 거쳐 "총재직 사표"를 했을 경우 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청 개편=민주당 대표는 갈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당대표의 유형은 관리형과 실세형 두가지다. 내년 지자체선거까지 당을 이끌 관리형 대표를 임명할 경우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상천,김원기 최고위원이 꼽힌다. 한 실장은 김 대통령의 신임과 당 장악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나 민주당내 소장의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박.김 최고위원은 중량감과 당 장악력등에서 무난하지만,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가는 돌파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차제에 대권주자를 내세워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의 개혁성을 분명히 하기위해 김근태 최고위원과 노무현 상임고문을 전격적으로 발탁하자는 주장과 함께 한화갑 최고위원등 실세대표를 기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표교체는 집권당의 물갈이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중하위직을 제외한 당 간부의 전부를 교체해 새로운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김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정쇄신을 외쳐온 소장파 의원들의 주장이 반영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후임에는 이홍구 전 주미대사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의중을 잘 읽고 있는 박 수석을 비서실장에 임명,집권말기의 레임덕을 줄이는 방안과 함께 정치와 행정 경험이 많은 이 전 대사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