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사학자 방선주 교수와 국사편찬위원회 정병준 박사가 미육군군사연구소에서 입수해 4일 공개한 조지 실리 소령(미국 제1군사령부 정보참모부 운영과장)의 1949년 6월29일자 문건은 백범 암살 배후와 '백의사'의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안두희가 CIC(주한미군방첩대) 정보원이었다고 해서 미국의 백범 암살 개입을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안두희의 정체가 드러났고,미정보기관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백범 암살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역사학계는 안두희가 관여한 백의사와 CIC는 어떤 조직이며 염동진은 어떤 인물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백의사는 '남의사'라는 중국 테러리스트 집단을 본떠 1944년 11월 서울에서 월남한 청년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극우테러리스트 단체로 공산주의자에 대한 각종 테러 활동을 벌였다. 신익희와 유진산은 이 단체 후원인 격이었다. 백의사는 CIC와 G-2로 대표되는 당시 미군정 정보 기관과 연결돼 대북 첩보활동도 벌였다. 단장인 염동진(본명 염응택)이 핵심이었으며 박고봉 백관옥 선우봉 박진양 등이 가담했다. 염동진은 경기도 파주군 태생으로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낙양군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1947년 7월 여운형 암살 때 사용된 45구경 권총을 제공한 인물이며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게 살해당했다. 이번 문건에 따르면 '가장 악질적인(The Most Malignant) 인물'이자 '맹인장군(Blind General)'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백의사를 통해 각종 청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있다. 그가 안두희에게 백범 암살을 지시한 것과 관련,이신철 역사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공산주의와 관련된 백범의 사상적 노선 변화가 그의 반대자들에게는 용공성으로 보일 빌미를 마련해 줬으며 이것이 곧 암살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문서를 발굴한 방 교수는 "필자가 기밀해제시킨 주한미방첩대원의 증언 문서 중에서 백범 암살의 최후배후가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확신들을 찾아볼 수 있다"며 "파넬 소령의 증언이 그렇고,맥두걸 대위의 증언이 그렇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안두희는 백범 암살범이라는 전력 때문에 끊임없는 테러 위협에 시달리다 버스운전사 박기서씨에게 지난 96년 10월23일 피살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