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제법 규모가 크고 오래된 벤처캐피털인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A)는 요즘 활기가 넘친다. 닷컴기업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BT) 벤처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계획으로 분주하다. 통신장비나 신기술 등 이른바 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원금을 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명공학 투자펀드에는 여전히 물밀듯이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NEA는 최근 20억달러를 손쉽게 모았다. 생명공학 투자계획을 들은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선뜻 돈을 낸 것이다. NEA는 벤처기업을 오랫동안 운영해본 제임스 배럿을 새로운 파트너로 영입했다. 배럿은 생화학 박사인데다 대형 제약회사에서 연구분야를 책임졌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오로지 생명공학 투자에만 전념하게 된다. "건강관련 분야의 신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는 반드시 미래가 있습니다. 생명공학은 필수불가결한 분야입니다" 배럿은 NEA가 모은 돈을 투자하기 위한 생명공학 벤처기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한때 무한한 미래를 열어줄 것 같던 정보기술(IT)분야에 대한 투자는 냉냉하다. IT기업의 집산지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는 사무실이 남아돈지 오래됐다. 수많은 IT기업들이 경기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고객을 잃어버린 법무법인들은 변호사를 대거 해고해야 할 판이다.팔로알토의 대형 법무법인인 쿨리 고드워드는 전체 변호사의 13%인 65명을 곧 정리한다.연봉 10만달러 이상의 고액 변호사를 모두 끌어안고 있을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IT기업의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증권딜러연합회에는 부적절한 투자권유,부당한 대리거래 등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중재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7월 한달의 중재요청 건수는 작년 동월보다 24% 늘었다. 올들어서만 벌써 7천건의 중재요구가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EA처럼 생명공학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는 벤처캐피털은 받아놓은 돈을 어느 곳에 투자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