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칩이야말로 반도체 신화를 잇는 21세기 한국 경제의 효자상품이 될 것입니다" 지난 6월 한국인 게놈 지도 초안을 발표해 국내외 바이오 업계를 놀라게 한 마크로젠 서정선 대표의 확신에 가까운 말이다. 서울대 의학연구원 유전자이식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내 바이오 업계의 선구자 역할을 맡아 왔다. 서 대표는 2년 전 DNA칩 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를 떠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당시엔 의욕은 컸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사실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외국 업체에 연구자들도 파견해 곁눈으로 배우려는 노력도 했었죠" 하지만 서 대표는 "한국인 게놈 지도 초안이 완성되고 또 이와 별도로 약 1만3천개의 유전자 조각이 확보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로 말했다. DNA칩 제조 관련 각종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면서 이젠 선진 외국업체들과 당당히 겨룰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서 대표가 설명하는 마크로젠의 DNA칩 사업 전략은 크게 3가지. "우선 애피메트릭스와 같은 세계 유수의 DNA칩 회사들이 주도하는 특허전쟁에 맞설 수 있는 독자적인 제조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마크로젠은 먼저 틈새 특허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국내외 연구자와 함께 광변조기 방식 등과 같은 칩 제조 방식을 외국 업체에 앞서 특허출원했다. "다음은 한국인 게놈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최고의 품질을 가진 DNA칩의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이와 관련, 마크로젠은 기존에 확보해 놓은 1만3천여개의 유전자 조각을 갖고 1만개 이상의 질환 관련 유전자를 담은 고집적 DNA칩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 각 질환별로 4백개 이하의 유전자가 담긴 중저가 칩을 유방암칩 등 현재의 4종에서 10종 이상으로 늘려 생산한다는 것이다. "마크로젠의 게놈정보와 의학자들이 갖고 있는 질환 관련 임상 정보를 합쳐 치료 분야 등에서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마크로젠은 국내외 유수의 의과대학 및 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질환 적용 데이터를 축적해 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임상 및 기초분야 의사들로 구성되는 협의체도 만들 방침이다. 서 대표는 "최근 해외 동향을 보면 질병에 대한 더욱 정밀한 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한 용도로 다양한 DNA칩들이 개발되고 있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각종 질환의 원인 유전자들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핵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로젠은 현재 주력상품인 유전자 조각 DNA칩 외에 개인별 예측 의학분야에 필수적인 단일염기변이(SNP)칩과 산전 기형아 진단과 암 조기진단에 효과적인 칩 등을 내년 상업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DNA칩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서 대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