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들어 7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3%포인트나 낮췄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의 급격한 경기둔화는 이미 세계적인 불황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이 아직 불황에 접어들지는 않았더라도 멕시코 싱가포르 대만 등 다른 지역에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많은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뒷걸음질 치진 않았지만 정체상태에 있다. 아마도 세계 경제는 지난 2·4분기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성장을 못하고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수정치가 발표될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제로(0) 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쳐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반등의 조짐이 거의 없어 보인다. 다른 국가들은 상황이 더 안좋다. 독일은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정체상태를 보였고 전체적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성장률도 제로를 크게 웃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경제침체는 과거 반세기 동안에 나타났던 경기침체들과 세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경제침체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1년의 세계경제 불황기의 경우 미국 경제는 침체됐지만 일본, 독일, 신흥 아시아 국가들은 잘 나갔다. 두번째 차이점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는 경제침체라는 것.이는 금융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많음을 뜻한다. 더욱이 미국은 막대한 재정흑자를 보고 있다. 재정흑자는 감세정책을 가능케 했고 이는 소비를 진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완화는 미국 경제가 깊은 불황을 비켜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던져주는 이유중 하나다. 문제는 금융정책의 효과다. 금융정책을 완화하면 원래는 주가가 오르고 달러는 약세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FRB가 금리를 내린 후에도 주가는 떨어지고 달러는 연초에 비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금리인하가 주택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10여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택경기 활성화가 주가하락 등으로 줄어든 소비자들의 부를 채워줌으로써 소비를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돼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원이 요즘처럼 무서운 속도로 지속되면 주택가격이 언제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FRB는 불황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국가들과 일본은 그렇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들어 한번만 금리를 인하했을 뿐이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마당에 더 이상 금리인하를 늦출 명분은 없다. 30일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이뤄져야 한다. 일본 중앙은행도 당장 디플레이션을 멈추게 하려면 더욱 공격적으로 금융정책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로 기존 불황과 다른 점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림으로써 수요가 둔화돼 야기된 불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잉투자에 의한 불황이라는 얘기다. 과잉투자인 경제상황에서는 금리인하로 인한 수요 진작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미국의 경기둔화가 당초 예상에 비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최근의 달러약세를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의 흔들리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달러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달러가치의 하락은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달러가치의 급락만큼이나 미국경제 전망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것이고 주가하락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는 소비도 크게 줄일 것이다. 특히 유로화와 엔화의 급격한 가치상승은 그들의 경제를 옥조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일본은 강한 엔화가 아닌 약한 엔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금리가 이미 제로인 일본에서는 엔화가치를 조절하는 환율정책이 금융정책을 완화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책이다. 과잉투자에 의한 버블경기가 심각한 경제침체를 야기하지 않고 붕괴된 적은 한번도 없다. 미국이 완벽한 불황에 빠져들지는 않더라도 경기둔화는 다소 길어질 전망이다. 환율을 조절한다고 해서 세계경제불황을 막을 수는 없다. 중앙은행은 금융정책을 계속 완화하고 정부는 재정정책을 운용하는 데 더욱 융통성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연후에 기도를 하면서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 최신호(8월25일자)가 '낙하산을 잡아라(Get a parachute)'란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