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G컨소시엄과 정부의 현대투신 공동출자 협상 타결로 현대증권.투신증권.투신운용 등 금융 3사가 사실상 떨어져 나가게 된 현대그룹은 재계 1위라는 한때의 영화를 접고 중소그룹으로 밀려나게 됐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계열분리에 이어 금융 3사의 분리와 연내 현대중공업 계열분리까지 마무리되면 재계 서열 10위권 '수성'도 어려운 처지다.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가 완료되면 현대그룹은 구조조정을 사실상 마무리 짓게되나 지분구조상 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가운데 상선과 종합상사, 택배, 아산을 주력기업으로 하는 중소 기업집단으로 축소된다. 이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에 따르면 현대는 계열사 20개에 총자산 26조7천억원으로 5위를 차지, 재계 수위의 옛 영화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5대그룹의 반열에는 올랐었다. 하지만 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 3개 금융회사가 분리되면 현대그룹의 자산총액은 20조원을 밑돌아 18조원대에 머물게 됨으로써 한진, 포항제철에도 밀려 재계서열 7위로 떨어지게 된다. 3월말 현재 현대증권의 총자산은 3조5천22억원, 현대투신증권은 4조4천297억원, 현대투신운용은 1천276억원으로 3개 금융회사 분리만으로 8조원 가량의 총자산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산규모 9조9천450억원의 현대중공업, 1조원대의 미포조선(현대중공업계열)마저 연내 계열에서 떨어져 나가면 현대그룹의 총자산은 7조원대로 급감해 재계서열 14∼15위 수준으로 추락한다. 한 때 계열사만 80여개를 이끌고 국내 1등 그룹으로 군림하던 현대그룹이 지난해 봄 '왕자의 난' 이후 1년여만에 구조조정에 따른 주력기업들의 잇따른 계열분리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현대그룹은 건설, 자동차 등 덩치 큰 계열사들이 떨어져 나가 절대적인 사이즈가 축소됐을 뿐 아니라 남은 기업들의 재정상태도 대체로 취약, 질적으로도 옛 영화를 되찾기 어렵게 됐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를 받으며 준(準)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현대상선의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을 맡았던 최근 2년여 사이에 재무구조가 악화돼 강도높은 자구에 나서고 있다. 또 대북사업을 위해 출범한 현대아산의 앞날도 그다지 밝지는 않다. 대북지불금현실화와 관광공사를 사업파트너로 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객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앞으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대주주와 관계사 지분 소유구조상 현대상선의 지배력이 크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상선 지분 15.16%를 보유하고 있어 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정몽헌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씨가 최근 주식을 매집, 최대주주로 돼 있어 결국 엘리베이터를 통한 정 회장의 '친정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