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무대에서 잇달아 '판정패'를 당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수출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국의 반덤핑법이 지난해 'WTO규정 위배'라는 판정을 받은데 이어 20일엔 '해외판매법인(FSC) 세제지원 부당'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WTO에서의 잇단 패배는 그동안 미국의 무역관행이 지나치게 자국 중심이었음을 의미한다. ◇FSC 지원제도 부당 판결=WTO는 해외 조세피난처에 지사나 계열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상품을 수출하는 미국의 FSC 지원제도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정했다. 미국측은 지난해 2월에도 WTO로부터 'FSC 세제지원 부당'판결을 받았다. 그후 미국측은 이 제도에 약간의 손질을 가했지만 이번에 다시 '불가선고'가 내려졌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미국측의 1차판정 불이행을 이유로 40억4천3백만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보복 승인을 WTO에 요청했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널모터스 등 약 6천개의 미국 기업이 FSC 세제지원제도에 의해 소득세 감면혜택을 받고 있어 유럽 기업들이 엄청난 불이익을 겪고 있다는 것이 EU측의 주장이다. 미국은 올 들어서만도 '뉴질랜드산 양고기 고율수입관세 부당' '한국산 스테인리스후판 및 판재류 반덤핑조치 WTO 협정 위반'등 WTO 무역분쟁 무대에서 대부분 판정패를 당하고 있다. ◇무역분쟁 심화 가능성=WTO의 'FSC 세제지원부당' 판결로 사상최대 규모로 기록되고 있는 미국과 EU간의 무역분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EU는 부시 행정부의 '수입철강 피해'조사에 맞서 맞불을 놓고 있다. 18개 유럽 철강회사에 부과한 상계관세가 철회되지 않으면 WTO에 제소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세관이 거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금을 국내 제조업체에 재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일명 '버드 수정안'에 대한 폐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FSC 지원불가 판정을 받는 미국이 오는 11월 출범예정인 뉴라운드협상에서 무역보호주의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