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14가에 있는 내셔널 프레스클럽. 워싱턴 특파원들이 모여있는 이 곳에서 지난 13일 오후 세계화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의 대표들과 변호사가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 연차총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경찰이 총회장 주변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짓입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다녀야 할 지역을 IMF와 IBRD의 사유지로 삼는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경찰을 향한 비난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특정지역 격리방침이 확정되면 몸으로 막고, 나아가 법적 소송을 통해 투쟁하겠습니다. 우리는 IMF·IBRD와 이들의 대주주격인 미국 정부가 개도국 빚을 탕감해주고 '빈익빈 부익부' 정책을 포기하길 바랍니다" 시위대들은 총회 첫날인 9월29일 백악관을 에워싸 기세를 높인 뒤 택시로 5분 거리에 있는 IMF·IBRD 본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시위대를 대변하는 마라 힐리아드 변호사는 "총회에 참석하는 대표단들에게 우리의 뜻을 전하고 절박한 모습을 보여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 경찰 수뇌부는 이들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백악관으로 들어갔다. 시위대를 격리시키기 위한 2? 높이의 방어벽을 비롯한 물리적 장치와 추가인력 차출 등에 필요한 연방 예산 3천만달러(3백90억원)를 요청하고 최대한의 지원을 당부했다. 지난 99년 시애틀 각료회의 때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세계화 반대 시위는 갈수록 극렬해지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는 시위대 한 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번에도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예단하기 어렵다. 보안을 우려한 IMF측은 총회기간을 일주일에서 이틀로 줄였다. IMF·IBRD가 시위대의 주장대로 세계화의 깃발을 앞세워 개도국들을 더욱 궁핍하게 만드는 '약탈자'인지,아니면 벼랑으로 떨어지려는 국가들을 살려내는 '구세주'인지 워싱턴에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deango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