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기 <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 honglaw@unitel.co.kr > 영상카메라가 법정에 들어간 첫번째 경우는 뉘른베르크 전범법정이었다. 역사적 현장을 촬영하느라 법정에 카메라를 걸고 조명을 설치하자 강한 조명광을 견디지 못한 피고인들이 색안경까지 끼고 무대(?)에 앉았다고 전한다. 뉘른베르크 재판에 대해선 미국이 구소련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벌인 한 판의 쇼였다는 비난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꽤 재미있는 쇼였음에 틀림없다. 미국 대법관 로버트 잭슨은 전범재판의 특별검사로 지명되자 이 사건의 교육적 성격을 중시했다는데 카메라를 끌어들인 것도 그의 아이디어일 것이다. 카메라가 법정의 구석구석을 비춘 사건으로 'O J 심슨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심슨'의 일거수 일투족이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됐다. 배심원이 무죄평결을 내놓자 미국 전역이 벌집 쑤신 듯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재판과정을 방송하는 것에 대해 미국 법률가들 중에서도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 엄숙해야 할 법정을 희화화해 오락물로 만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어떤 법률가는 카메라가 시종 '심슨'에게만 맞춰져 있더라며 '이토'재판장이 조연에 머무르는 텔레비전 중계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 때 텔레비전 카메라가 잠시 법정에 들어갔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재판이 본론에 들어가기 전 잠시 거물들의 뒷모습만 비추고 법정을 떠나야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부로부터 허가받은 촬영범위가 오로지 그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카메라는 정직하게 사물을 기록한다. 사람이 편견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우나 카메라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 카메라가 법정의 권위를 해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카메라가 참여자 모두를 진지하게 만든다는 반론도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대통령 재판'은 방송됐어야 하지 않았나 아쉽다. 실황방송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더라면 적어도 '영상기록'은 남겼어야 하지 않을까. 너나 할것없이 점점 몰염치해지는 일상에서,꺼내보며 각성할 수 있는 훌륭한 '시청각 교재'를 놓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