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무려 33일간의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불과 30초간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였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어로 `숙고' 쯤에 해당하는 `주쿠료(숙려.熟慮)'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시점은 지난 7월 12일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그로부터 참배가 이뤄진 13일을 포함해 33일간 그의 표현대로라면 `숙고의숙고'를 거듭한 끝에 당초 예정한 8.15 참배계획을 이틀 앞당기는 `묘안'을 짜낸 셈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참배를 마친 후 "나는 입이 하나이지만, 귀는 둘"이라며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해 내린 결론임을 강조했다. 이런 그의 발언에 대해 아사히(朝日) TV의 뉴스평론가는 "33일간 숙고한 뒤에참배를 결정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구조개혁 문제를 생각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도이 다카코 사민당 당수도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포기를 포함해 숙고한다는 말을 되풀이 했으나, 결과적으로 참배포기는 염두에도 두지 않았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