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계 입양아 7명 둔 美 크루판스키 부부 ] "우리에게 이 아이들은 축복 그 자체입니다. 한국인들도 이제는 혈통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입양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 이 축복을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한국인 입양아 7명을 두고 있는 미국인 짐 크루판스키(49)와 캐런 크루판스키(51)씨 부부가 지난 11일 입양아들에게 혈육과 고향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크루판스키씨 부부는 자식이 없어 1985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박미란(당시 6세·미국명 켄드라) 영란(4세·킴벌리) 수환(2세·크리스토퍼) 3남매,지난 87년에는 박정윤(9세·캐시) 승윤(7세·랜디) 형준(3세·크레익) 3남매를 각각 입양했다. 또 90년엔 집에 불이 나서 부모와 여동생을 모두 잃고 전신화상으로 한 손을 못 쓰게 된 데다 청각장애까지 앓던 김재현(6세·앤드루)군까지 입양해 친자식처럼 키워왔다. 크루판스키씨는 "앞으로 2주간 머물면서 아이들의 혈육도 찾아주고 한국문화도 익힐 작정으로 방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15일 부산으로 내려가 막내 앤드루의 조부모와 삼촌들을 만나 볼 계획"이라며 "기회가 닿으면 나머지 아이들의 생모나 사촌 이모 등도 상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미국에서 생후 5개월 때 입양돼 키워진 입양아로 생부모가 누구인지,출신배경이 어떻게 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자랐다는 캐런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알려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3년 한국에 들렀을 때 고아원 등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친척을 미리 만나 보거나 주소를 파악해 뒀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입양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왕이면 같은 피와 문화를 나눠가진 아이들을 입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세 차례에 걸쳐 모두 7명의 한국아이들을 입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입양아들에게 뿌리를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한국명을 미국이름의 '가운데 이름(middle name)'으로 꼭 넣어 간직하도록 해 왔다.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한국 문화스쿨에 보내고 한국음식을 맛보여 주며 고향을 잊지 않도록 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크루판스키씨는 미국의 한국계 입양아 실태에 대해 "미시간주에서만 해마다 6백명의 한국 어린이가 입양되고 있고 LA에도 80만∼90만명의 한국교포가 살고 있지만 최근에서야 같은 한국계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혈통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의 뿌리가 있어 지금까지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며 "하지만 한국 아이들은 같은 한국인이나 한국계가 입양하는 것이 입양아들에게 좀더 편한 마음가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입양했을 때 아이들이 침대에서 자다가 한국 온돌방이 생각나 방바닥으로 자꾸 내려와 잠을 자 침대에 올려놓던 일,고아원에서처럼 빨래하려고 해서 말리느라 애쓴 일,부모를 어른으로만 보고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한 채 아래만 보며 얘기하는 버릇을 고친 일 등을 떠올리며 이들 부부는 웃음을 지었다. 크루판스키씨는 미국 최대 회사유니폼 제작회사인 신타스(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서부지역(애너하임) 부사장으로 재직중이고 부인도 약사로 일하는 등 입양아 7명을 키우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장녀 캐시(24)는 치대에 입학,곧 치과의사가 될 계획이고 나머지 5명은 대학을 졸업하거나 대학 재학중이다. 한 명은 곧 해군에 입대하고 막내만 고등학교에 재학중으로 어엿하게 성장했다. 입양된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7남매들은 서울에 대해 LA와 비슷하고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운전을 다소 거칠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