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원 < 국회월드컵특위 위원장 hakwonk@assembly.go.kr > 바캉스 철을 맞아 너 나 할것없이 산과 계곡,바다로 몰려간다. 명소로 향하는 길목에는 러시아워의 서울거리를 옮겨 놓은 듯 자동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런데 가뜩이나 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기초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들이다. 새치기,갓길 운행,담배꽁초나 휴지 마구 버리기 등 가지각색이다. 구미 선진국이나 이웃 일본에만 가 보아도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기초질서가 바로 설 것인가. 영국수상 처칠이 한번은 의회로 가는 길에 몹시 바쁜 나머지 운전기사에게 규정속도 이상으로 달리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교통순경에게 적발됐다. 운전기사가 순경에게 "처칠 수상님의 차요.의회로 가시는 중인데 시간이 늦어서 그러니 봐 주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교통순경이 뒷자리에 앉아있는 처칠을 힐끗 보더니 "처칠 수상을 닮긴 했는데 처칠 경 같은 분이 교통위반을 하실 리가 없소.당신은 교통위반에다 거짓말까지 했으니 면허증을 내놓고 내일 경찰서로 오시오"라고 했다. 교통순경의 직무수행에 감동받은 처칠이 그 다음날 경시총감을 불러 그를 일계급 특진시켜 주라고 했다. 그러자 경시총감은 "경찰조직법에 그런 규정이 없어 곤란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질서에는 예외가 없고 법규는 원칙에 따라 준수되는 사회가 바로 법치사회다. 기초질서부터 바로 잡아야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선다. 기초질서는 의식적으로 지킨다기보다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시절부터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어릴 적에 줄 서는 것을 모르고 새치기하는 사람은 대학에도 새치기로 들어 가려고 하고 사회에서도 새치기로 출세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람객이 몰려 올 것이다. 그런데 하필 한·일 양국이 공동 개최하게 돼 양국의 기초질서가 극명하게 대비될 것이다. 그때 과연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 걱정이 태산같다. 온 국민이 기초질서부터 바로잡고 사회의 기강과 준법정신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