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실리콘밸리" 방갈로르. 서남부 카르나타카주(州)의 주도로 해발 9백20m 데칸고원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다. 한여름인데도 선선한 기후에 정갈한 공기, 그리고 깔끔한 거리가 인상적이다. 젊은 여성이 전통의상인 사리가 아닌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채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상큼한 모습이 눈에 띄는 점도 이색적이다. 미국의 "원조" 실리콘밸리는 최근 침체 분위기라지만 이곳 방갈로르에는 여전히 활력이 남아 있다. "쾌적한 자연 환경이 뒷받침된 방갈로르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화려하게 거듭났습니다. 외국인들이 인도에서 가장 선호하는 도시이기도 하지요" 아르준 벨리아파 주정부 IT담당 공보관의 설명이다. "이제 엄연히 세계 10대 기술도시인 데도 생활비는 전세계 주요 도시를 통틀어 가장 적게 드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오랜 식민지 세월을 거치다가 지난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40년 동안이나 사회주의식 시장보호 정책을 고수해온 '가난한 대국' 인도. 91년 이를 접고 자국 시장을 개방한 인도는 그동안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19%를 차지할 정도로 IT 강국으로 부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방갈로르는 바로 이러한 성장가도의 중심에 서 있다. ◇ 질(Quality)로 승부한다 =9백개가 넘는 소프트웨어업체, 8만명이 넘는 IT 전문인력이 방갈로르에 밀집해 있다. 이들이 가진 기술 수준은 단연 '세계적'이다. 미국 소프트산업협회와 카네기멜론대학이 부여하는 SW분야 기술 등급 SEI-CMM의 최고 단계인 '레벨5'를 획득한 기업은 전세계를 통틀어 30개 정도. 이중 절반이 넘는 16개가 방갈로르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또 21개나 되는 일류 기술전문대에서 매년 1만8천명의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중 인도공과대학(IIT) 인도과학원(IIS) 인도정보기술대학(IIIT) 등은 세계 어떤 명문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이렇듯 든든한 자산을 바탕으로 방갈로르는 인도 전체 소프트웨어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SW 수출액은 62억달러이며 2008년 목표는 무려 5백억달러.한국의 지난해 SW 수출이 1억2천여만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다. ◇ 국제적 IT 허브(hub) =이쯤되니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드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 나스닥(Nasdaq)은 올해 3번째 해외 지사를 방갈로르에 설립했으며 IBM, 모토로라, 시스코 등 굴지의 기업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GE의 경우 미국 외의 개발센터로서는 가장 큰 규모인 '잭 웰치 테크놀로지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최근 수년간 방갈로르를 최고의 IT 비즈니스 허브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갈로르 IT.Com'이라는 연중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경우 약 4백개 업체와 6만명의 기업 관계자, 6백명의 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소니 도시바 등 굴지의 기업 CEO들을 포함해 1백3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이 이 행사에 참가했다. 올해 행사는 오는 11월1일부터 5일동안 열릴 예정이다. 방갈로르=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