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 모자는 겨울에 사두라" 침체 시기에 오히려 주식을 매집해야 된다는 증권가 격언이다. 모두들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을때 공격적인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요즘 벤처투자기관들 사이엔 "밀짚모자 격언"을 실천하듯 불경기 우려 속에서도 오히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서서히 늘리는 "용감한" 벤처투자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부 배짱이 두둑한 벤처투자가들은 "벤처투자 선행론"을 내세워 코스닥 회복이 뒤따를 시기도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일스톤벤처투자의 서학수 대표는 "지난해초 코스닥지수의 폭등과 함께 대박을 터뜨린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투자한 업체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벤처투자는 2~3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모험"이기 때문에 현재의 코스닥 침체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같은 침체 시기가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를 쉽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중견"으로 통하는 마일스톤벤처투자의 경우도 투자금액을 늘릴 계획이다. 벤처기업과 투자기관들간의 가격(투자시 주가산정) 협상에 걸리는 기간도 요즘 아주 짧아졌다. 상반기만해도 가격 문제로 협상 결렬이 빈번했으나 최근들어선 순탄하게 벤처투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산은캐피탈의 김종일 팀장은 "증시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바야흐로 기업가치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산정 관행이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적정 가격보다 싸게 평가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식 사냥"에 나서는 벤처투자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식 사냥"은 한마디로 싼맛에 산다는 뜻이다. 이같은 "불황기 속의 벤처투자회복 현상"을 반영, 한국경제신문사와 벤처캐피탈협회가 30개 주요 벤처캐피털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도 상반기 투자금액(1천6백35억원)의 3배 가까이 되는 4천1백11억원 규모를 하반기에 투자할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액 누계는 1999년말 1조6천4백6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신규 투자액만 1조1천6백53억원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하반기엔 신규 투자액이 4천2백88억원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엔 더욱 위축돼 3천7백7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벤처투자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들어 투자금액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에 중시하면서 올 상반기가 "벤처투자의 바닥"이었는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미창투의 이영민 부장은 "이미 자산대비 현금비중이 50%에 이를 만큼 "실탄(투자재원)"을 충분히 마련한 벤처캐피털들도 적지 않다"며 "상당수 투자기관이 올 하반기부터 조심스럽게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창업투자회사들은 코스닥 "로크업(Lock-up)"이 조기에 완화될 경우 하반기 벤처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크업" 제도는 벤처캐피털도 코스닥 기업의 대주주로 간주하고 주식상장(등록)후 장기간 보유주식을 내다팔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벤처캐피털들은 정부에 완화의 필요성을 건의해 긍정적인 해답을 얻었다. 벤처캐피탈협회의 이부호 이사는 "'로크업'이 어느 정도 해제되면 보유주식 매각이 쉬워지고 자연히 창투사들의 자금력이 풍부해져 벤처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