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러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31일 오후부터 군수산업 도시인 옴스크를 방문, 그행보가 주목된다. 이는 김 위원장의 방러를 통해 낙후된 북한 군사장비의 현대화를 러시아가 측면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나아가 동북아의 역학구도에 새로운 파장을 몰고올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과 러시아는 김 위원장의 방러에 앞서 S-300 지대공 미사일, 대공레이더 항법시스템 등 10여종의 러시아제 첨단무기를 북측에 판매하는 문제에 관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옴스크 방문은 정보기술(IT)을 비롯한 러시아의 첨단산업 육성 플랜을 직접 견학할 수 있고, 북한 군사장비의 현대화 작업을 도모할 수 있는 방문일정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옴스크에는 군수공장이 집중돼 있는 만큼 러시아제 고성능 탱크를 비롯한 첨단 무기 도입을 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옴스크에서 T-80 탱크를 제작하는 '트란스마쉬'사(社)를 방문하고 탱크 기동훈련을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새로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T-90 탱크도 바로 트란스마쉬사에서 제작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도입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으로외교 소식통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옴스크에는 위성제작 및 항공기 생산을 주관하는 방산업체 '팔료트'도 있어 김 위원장이 이곳을 방문할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 이전 및 전투기의 현대화 작업과 맞물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옴스크 방문에 앞서 30일 이와 유사한 성격의 노보시비르스크를 방문했다. 오랫동안 체류하지는 않았지만 이 도시가 '아카뎀고로도크' 첨단 과학연구단지를 축으로 물리학.화학 등 러시아 최고의 두뇌들이 집결한 곳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때 북한 과학.기술의 현대화에 관한 상징적인 의지를 나타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부품원조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측의 지원은 우리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