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등 연립여당이 대승을 거둠으로써 고이즈미 내각의 우경 노선이 앞으로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또 우리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선거의 압승으로 곧 있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무난하게 재선될 것이 확실해졌다. 이제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작업은 날개를 달게 됐으며 그의 국수주의적 외교노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하겠다. 고이즈미 개혁노선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기대가 이번 선거의 압승으로 확인됐다고 볼 때 고이즈미 총리는 이제부터 진정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른바 '고이즈미식 개혁'으로 장기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려내고 그동안 미뤄온 까다로운 외교적 숙제들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인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를 통해 힘을 받은 고이즈미 내각이 한·일 현안에 대해 어떤 자세로 나올지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고이즈미 총리가 견지해온 우경 보수회귀 성향으로 볼 때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남쿠릴열도 꽁치잡이 분쟁 등의 현안은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압승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8월15일 총리자격으로 참배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하면서도 "연립여당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숙고해 판단하겠다"고 말해 한가닥 여운을 남겨둔 상태다. 우리는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선거를 통해 그에게 모아진 국민적 에너지를 시대착오적 우경화에 쓸 게 아니라 경제개혁과 선린관계 복원에 사용할 것을 당부한다. 만약 그가 이번 선거결과에 고무돼 신사참배 등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 외교적 긴장을 조성하는 수법으로 대중적 지지를 유지하려 한다면 이는 또다른 재앙의 시초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 역시 무책임하게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비록 양국관계가 고이즈미 내각의 '외교역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냉각됐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일관계는 특히 경제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양국간 상호보완적 경제관계가 경제외적 사안들로 인해 훼손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경제에 관한 한 다른 현안으로부터 분리시켜 생각하는 냉철한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