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새벽 서울 서초구서초동 진흥아파트 앞길에서 차례로 숨진 홍순후(18)군 등 3명은 가로등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되는 바람에 숨졌다는 경찰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홍군 등의 사망원인에 대해 '현장 여건상 감전사 추정은 무리'라는의견을 지난 22일 내놓았던 서울시 자체 감전사고조사반은 사고경위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26일 "진흥아파트 앞길에서 사망한 3명중 2명에 대한 부검결과 전류흔이 나타났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감전에 의해 실신한 뒤 익사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일(27일)중 정확한 부검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부검소견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할때 가로등 전기시설물에서 흘러나온 전기가 사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진흥아파트 앞길의 한 지점에서 반경 4∼7m안에 숨진 채 발견된 3명의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홍군 등 2명의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했었다.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앞에서 숨진 이모(19)군의 사인을 조사중인 노량진경찰서도 이군의 폐에서 약간의 물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전기에 감전돼 정신을 잃은상태에서 익사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이와 관련, "사고당시 강한 전류를 느꼈다는 행인들의 진술 등 명백한증거가 있는 데도 서울시는 사인을 감전으로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며 "정부차원의특별조사를 실시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않은 억측 발표는 억울한 희생자와 유가족,그리고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전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재희 사무총장은 "서초동 사고현장의 경우 가로등 배선의 절연저항 측정결과 0.2㏁ 이하로 상시누전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가로등과 가로등 분전함 누전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사고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감전사고조사반은 가로등에 기술적 결함이 있는 지 여부를 조사해 사고방지 대책을 강구할뿐 사인조사를 한 게 아니다"며 "사인조사는 경찰소관 사항인 만큼 경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