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이후 남북 및 북미관계가 경색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오는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를 전후해 남북한과 미국의 접촉 가능성에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의에는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장관과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이 예정대로 참석하지만, 북한측에서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 대신 차관보급인 허 종(許 鍾)순회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석, 당초 주목됐던 남북한과 미국의 외무장관급 회담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5일 외무장관 회의에 ARF의 23개 회원국 대표가 모두 한자리에, 그것도 남북대표는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참석하고, 그에 앞서 24일 저녁 비공식 만찬에서도 남북한과 미국의 대표가 대면할 기회가 많아 어떤 형태로든 접촉은 있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미 파월 장관도 최근 "북한 대표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우리 정부도 북측 대표와 회의 석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는 방침을 정한 터여서 수차례의 접촉은 당연히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연쇄 접촉에서 나타날 의견교환의 수위. 남북 간의 접촉에서는 우선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가 갖는 중요성과 지난 3월 이후 중단된 남북대화의 조기재개 필요성 등에 대한 견해가 개진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25일 오후 ARF 외무장관 회의가 끝난뒤 발표될 '의장성명'에 제2차 정상회담 조기개최 등 한반도 조항을 삽입하는 문제를 놓고 절충을 벌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북미 간의 만남에서는 지난 6월 부시 대통령이 선언한 대북대화 재개의사에 관한 북한의 입장표명, 그리고 대화재개시 의제 조율과 수석대표의 레벨 문제 등이 원칙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하노이의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북측이 아직 대남 및 대미 대화 재개에 관한 입장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접촉의 알맹이가 과연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특히 하노이에서는 리 홍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가 최근 휴가를 떠났다는 설이 나오고, 더욱이 리 대사가 남북.북미 간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자리를 피하려 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다소 성급한 견해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남북 및 북미 간의 만남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관적 분석도, 향후 남북 및 북미관계 진전에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도 모두 시기상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