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의 고급 쇼핑가 난징루(南京路). "상하이의 명동"으로 불리는 이 거리 입구에 고색창연한 빌딩이 눈길을 끈다. 중국 백화점의 상징인 상하이디이(上海第一)백화점이다. 지난 17일 이 백화점 입구에 작은 현수막이 하나 걸렸다. "경축 중국 최고(最古)의 유통 기법과 세계 최고(最高)의 물류시스템 결합"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백화점 모그룹인 상하이이바이(上海一百)집단과 일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의 도매물류 합작사 설립을 축하한다는 내용이다. 외국기업이 중국 도매시장에 진출하기는 마루베니가 처음. 마루베니는 이날 국무원(정부)의 승인을 얻어 곧 합작법인인 상하이바이홍(上海百紅)을 설립하게 된다. 상하이 언론들은 상하이바이홍 등장을 놓고 "소비유통 분야에서 시작된 유통혁명의 불길이 도매유통으로 옮겨 붙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하이바이홍은 제조업체 소매상 수입상 세무서 운수회사 은행 철도청 등을 연결하는 선진 종합물류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예정. 단순 도매시장 운영에서 벗어나 상품의 흐름(물류)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급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상하이 한 철도역 근처에 2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설, 이를 중국 화동지구의 물류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물류와 도매를 취급하는 종합 물류회사가 등장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중국 도매유통은 메이커 중간상 소비자 등의 유기적인 결합이 없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메이커가 자체적으로 배송하는 수준이지요. 상하이바이홍은 수많은 중간 유통 회사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등 도매유통의 새바람을 일으킬 겁니다" 상하이 이마트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선민 본부장의 말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2∼3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유통시장을 개방하게 된다. 이 기간에 선진 물류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게 중국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마루베니와 같은 외국업체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도매유통 분야의 혁명이 시작 단계라면 소비유통 분야는 절정기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외국 할인매장 대형체인점 전문매장 등이 소비유통 시스템을 확 바꿔가고 있다. 이들은 선진 구매기법을 통해 원가를 낮췄고, 세계적인 체인망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모았다. 깔끔한 매장으로 '쇼핑의 즐거움'을 중국인에게 가져다 줬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외국 소비유통업체는 약 2백70개. 지난 95년 까르푸를 시작으로 월마트 매트로 마크로 등이 속속 중국에 진출했다. 우리나라 업체로 이마트가 상하이에 매장 한 개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유통업체가 더 공격적으로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 까르푸의 경우 작년 홍콩 체인점을 폐쇄, 중화권 사업 초점을 대륙으로 옮겼다. 까르푸는 현재 28개 매장을 2005년까지 1백개로 늘릴 계획. 5년여의 시장탐색기를 가졌던 월마트 역시 현재 20개 매장을 2003년까지 1백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마크로 역시 2005년까지 1백개 매장을 확보하기로 했다. 외국계 할인매장은 중국 소비유통 산업에 충격이었다. 90년대 중반 할인매장 성격의 유통체인점이 속속 등장했다. 이들은 지난 6∼7년 사이 급성장, 지난해 중국 10대 유통업체중 체인점이 5개를 차지했다(공상관리국 발표). 특히 전국 주요 도시에 5백여 매장을 두고 있는 체인업체 롄화(聯華)는 백화점의 자존심 상하이디이(上海第一)를 따돌리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롄화 화롄(華聯) 농공상(農工商) 등 체인업체 대부분 작년 50% 이상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하이디이가 작년 마이너스 2.9% 성장한 것과 비교된다. 중국 유통 판도가 새롭게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