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겐 뢰플러 <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사장 >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무작위로 선별된 20개의 종목이 가지는 위험은 두 세개의 종목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기관투자가들은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지만,이러한 상식적인 행동은 한 국가에 국한되고 만다. 보통의 투자가는 자신의 모든 계란을 '자국시장'이라는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다. 이러한 본국 선호 성향에 대한 하나의 해석은 인간은 항상 경제적 이성에 따라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 더 편안하게 생각하고,자신의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의 주식이나 외국의 금융시장이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의 것들 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속해 있는 시장,한국이면 한국,미국이면 미국이 가장 높은 수익 전망을 갖는다고 여긴다. 개도국의 경우 특징적으로 해외 투자에 대한 제한을 보다 엄격하게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독일 보험사는 외화표시 자산에의 투자가 전체자산의 30%까지 허용하는 반면,한국 보험사는 전체 자산의 10% 밖에 해외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개도국의 경우 종종 자본부족에 직면하기 때문에 정부가 외국으로의 자금 흐름을 제한하려고 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옳지 못하다. 해외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한 국가의 경제를 보호하기보다는 훨씬 많은 손실을 초래한다. 첫째,시장에서 인지되는 자금 부족 현상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국 시장의 경우도 그렇다. 물론 기업 부문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이것은 자금의 제한적인 공급 때문은 아니다. 은행부문의 경우에는 유동자산이 풍부해 기업부문의 자금부족 현상과는 상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한국 시장에는 충분한 자금이 있지만,문제는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를 하거나 기존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법으로 기업부문에 추가 투자하는 것조차 꺼린다는 것이다. 둘째,개도국의 경제는 이미 성숙한 경제보다 변동성이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한국 경제는 철강 석유 화학과 반도체 등과 같이 자본 집중적이고 변동성이 심한 산업에의 의존도가 높으며,이러한 의존도는 추가적인 높은 수준의 재무 레버리지에 의해 상당부분 증폭된다는 것이다. 투명성의 부족과 한국투자가의 투기적인 성향은 그 두번째 이유다. 국제적 분산이 결여된 국내 금융시장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위험을 두배로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의 보험사나 연기금은 주식 투자비중이 낮은 편이다. 물론 미국 연기금의 평균 주식 비중이 51.7%를 넘는 것은 지나치게 높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한국 연기금의 경우 10%는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미국주식시장의 변동성이 19%였던 것에 비해 한국시장의 변동성은 35% 수준이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두 시장은 완벽한 상호관계를 갖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주식 50%와 미국주식 50%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가중평균 변동성인 27%보다 훨씬 낮은 20%를 갖게 된다. 변동성은 수익의 분산을 통계적으로 측정하는 단위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과 다를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국제적 분산은 위험을 줄여 주식과 같이 높은 수준의 수익을 가져오는 자산 부류에 투자 가능한 자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것은 개인투자가,보험 고객, 그리고 미래의 연금수령자에게 대단한 이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올해 초부터 시행된 한국 개인의 해외투자 자율화 및 한국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의 국제적 분산 노력은 환영할 만하다. 만약 한국이 현재의 복잡한 해외 투자펀드 등록절차를 간소화시킨다면 한국 투자가들에게 제공 가능한 국제 투자상품이 늘어나 한국의 투자가들도 국제 포트폴리오 분산의 이익을 맛보게 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