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상장사가 많아졌어요. 그러나 고무줄 기업회계 관행이 여전한데다 공시번복과 저배당 등은 아직도 '벤처시장'수준입니다.정부정책도 들쭉날쭉하고요" 런던의 한 기관투자자에게 한국증시가 지금 몇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관계자에게 "투자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투자자보호가 안되는데 어떻게 투자를 합니까"라고 응수했다. "한국에선 아직까지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투다. 영락없는 '동문서답'이다. 최근 유럽자본시장을 둘러본 기자는 한국의 상장(등록)사가 단맛나는 '꿀'로 유럽 투자자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기업 가운데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국가채무위기와 남북문제 등 주가할인 요인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지요" 이처럼 한국기업이 예전보다 달라졌다는 데는 상당수 유럽투자자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정작 그 꿀을 담고 있는 '꿀단지'에 대해선 아직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기자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던 얘기도 있었다. "모 한국회사 관계자에게 '시장지배력을 봐선 이익이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라고 했더니 '투자만 해주신다면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더군요. 재량권이 있다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조변석개하는 정부정책이나 정치불안정 등도 꿀단지가 깨질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게 하는 것같다. 꿀과 꿀단지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한국증시를 아직까지 '고수익 고위험'이 공존하는 '벤처시장' 수준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한국이 외국 장기자금의 안정적인 투자처가 되게 하려면 기업 스스로 속살을 내보이는 노력(투명경영)과 함께 잘못을 저지르는 상장사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투자자보호 정책이 있어야 한다.어물어물 몇가지 규정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 투자자를 보호하는 단단한 그릇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꿀단지 속의 꿀을 맛보려는 투자자들이 몰려온다. 꿀이 아무리 달아도 단지가 깨질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기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남궁덕 증권부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