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산업현장경기'] (2) '석유화학' .. 적자 버티기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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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보다 생산량을 30~40%나 줄였어요. 수요가 감소하는데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하반기에도 나아지기는 커녕 더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고민입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경기 오산에 있는 유창산업의 안순영 사장은 지금도 지금이지만 하반기가 더 걱정이다.
이 회사는 PVC 원료를 가져다 상수도관 등의 파이프를 만드는 석유화학 2차 가공업체다.
회사를 차린지 10년째, 석유화학 경기의 불황과 호황 국면을 모두 경험해본터라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근심어린 표정을 짓는다.
2차 가공업체들의 이같은 사정은 업스트림의 대형업체들로 전이된다.
여천산업단지에서 만난 LG화학 관계자는 "지금 같아선 누가 더 늦게 망하느냐의 문제"라며 "원가절감이든 뭐든 버티기 작전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같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면 한푼이라도 원가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더 오래 버틸 것이라는 얘기다.
◇ 채산성 악화 =노조 파업으로 홍역을 치른 여천NCC의 박성렬 기술혁신팀 과장은 "에틸렌 값이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의 2배는 돼야 하는데 현재는 어림도 없다"고 밝혔다.
나프타 값이 t당 2백40달러선에 달해 에틸렌 값은 적어도 t당 4백50달러는 넘어야 하는데 4백달러 수준에 그쳐 이익을 내는게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원료와 에너지비용 등 변동비를 간신히 커버하는 수준이라는 것.
유화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는 수출실적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합성수지 수출물량은 2백3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늘어났지만 금액으로는 오히려 3.10%나 감소했다.
내수판매는 물량 자체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7% 줄어들었다.
◇ 가동률 저하 =LG화학은 PVC 공장의 가동률을 95%, ABS공장은 85∼90%선으로 낮췄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1백% 가동률을 유지했던 공장들이다.
"PVC는 그나마 수출 여건이 좀 나은 편이나 컴퓨터모니터 등 전기전자 부품으로 쓰이는 ABS는 세계적인 수요급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호남석유화학의 이동식 사무팀장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오는 9월 말부터 한달반 동안 2개 공장 중 1개 공장의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2개 공장이 지금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이것도 정기보수를 대비한 재고비축분을 감안한 것이다.
사정은 울산과 대산 유화단지도 마찬가지다.
울산유화단지의 SK(주)는 에틸렌공장의 가동률을 90%로 낮췄다.
대산유화단지에선 현대석유화학이 최근 1,2공장의 가동률을 70%와 80%로 끌어내렸다.
대산단지의 삼성종합화학도 임원회의만 열리면 '감산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단골메뉴로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 왜 어려워졌나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박훈 상무는 "대만 포모사그룹에서 연산능력 90만t인 에틸렌 공장을 지난해 말부터 가동한 데다 엑슨모빌이 80만t 규모의 싱가포르 에틸렌공장을 시험가동 중이어서 공급과잉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경기침체로 중국의 미국 수출 수요가 줄어든 결과 국내 유화업체들이 수요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아 합성수지 수출물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료인 유가는 높은 수준이어서 원가는 높은데 비해 수요 부진으로 제품값은 떨어져 채산성이 악화되는 상황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여천=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