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29일 발생한 일본 오키나와(沖繩)부녀자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티모시 우들랜드(24) 미군 중사의 신병을 6일 일본측에 인도했다. 미국 행정부는 당초 티모시 중사가 범죄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감안, 일본측에 섣불리 티모시 중사의 신병을 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잔뜩 뜸을 들여왔다. 그러나 일본 국내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 티모시 중사를 감싸고 도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신병을 넘겨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측의 이같은 결정은 올 초 에히메마루 일본 고교실습선이 하와이 부근 해역에서 미군 핵잠수함에 들이받혀 침몰한 사건 이후 일본 국민의 '대미감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속되는 미군 범죄와 미군 전투기들의 오폭사건 등에 시달려온 오키나와주민들이 미군훈련의 해외이전과 주둔병력 감축을 주장, 미국측을 압박해 온 것도미국의 선택범위를 좁힌 배경으로 꼽힌다. 미.일 방위협력에 따라 오키나와에는 4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중이나, 그간 미군사병들의 잇단 성추행 사건 등으로 인해 일본인 사이에는 반미정서의 골이 깊어져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오키나와에서 개최된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에서미군사병에 의한 성추행 사건을 사과할 정도로, 미군의 `탈선'은 양국간 군사협력에직.간접적인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배제하더라도 사실 이번 사건은 지난 95년 미.일 양국정부간에 체결한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약정에 의해 미국측이 사건 발생 직후에미군의 신병을 넘겨줬어야 했다. 지난 95년 미군 병사 3명이 오키나와현의 어린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은`살인, 강간 등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미국측이 기소전 신병인도를 우호적으로 고려한다'는 운영개선안에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에 따라 범죄를 저지른 미군의 신병이 일본에 인도된 사례는지난 1997년 나가사키(長崎)에서 발생한 강도폭행 사건 단 1건뿐이어서 일본내에서는 미국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SOFA 자체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높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미군 중사에 의한 부녀자 성폭행 사건이 재발, 사건 발생직후부터 일본내에서는 주둔군지위협정의 전면적인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일본 외상이 5일 협정 개정 문제를 검토할 필요성을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수년에 걸친 협상 끝에 강간과 살인 등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기소 전에 미군 범죄인의 신병을 한국측에 넘기기로 하는 SOFA 개정 합의를 이끌어내 이른바 `사법주권'을 쟁취했다. 최근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확보문제 등 미국이 아시아의 방위를 일본측에 넘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미.일 안보동맹이 양국간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일본이 이번 사건을 지렛대로 SOFA 개정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