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문을 열었을 때야 '오픈발' 때문에 장사가 잘 됐죠.그렇지만 요즘엔 한달 매출에서 점포수수료 운반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도쿄 최대 번화가인 시부야의 동대문식 패션몰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길 꺼냈다. 그는 "일본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다 중국식 저가제품들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우리 상인들이 설땅을 잃고 있다"며 일본 현지상황을 전했다. 그나마 시부야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라는 게 그의 설명.최근 요코하마에 문을 연 80여개 점포는 매출부진에 가격경쟁까지 붙어 대부분의 점포가 개점휴업 상태라고 한다. "대표적 일본 관광지인 요코하마까지 와서 동대문 제품을 살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게 그의 말이었다. 외국인들,특히 일본인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온 동대문 상품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마케팅전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동대문 제품은 예전부터 갖고 있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하나 둘 잃어가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산 저가제품들의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디자인 경쟁력에서는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패션 선진국들에 한참 뒤진다. 결국 동대문 제품들은 가격이나 디자인 외에 '동대문'이라는 이름이 갖는 독특한 매력,예컨대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도 놀라고 갔다는 역동적인 시장 이미지 등을 경쟁력으로 연결시켜야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치밀한 마케팅전략이 수립돼야 이같은 일들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출범 초기에 이구동성으로 "상인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던 대형 패션몰들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뒷짐만 지고 있다. '일단 보내놓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선량한 상인들 뿐이다. "일본에서 진짜 성공하려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긴 세월이 필요할 지 모른다"는 프레야타운 배관성 사장의 설명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송종현 생활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