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조수미와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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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 중후반,지쳐 거칠어진 죄수들로 가득한 감옥에 갑자기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중 수잔나와 백작부인의 이중창 '저녁바람이 부드럽게'가 울려퍼진다.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교도관 몰래 틀어놓은 이 노래를 듣던 순간을 장기수 레드(모건 프리먼)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새가 되어 날아가는 기분을 맛보았고 쇼생크를 둘러싼 모든 벽들이 허물어지는 듯했다.노래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유의 실체와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었다"
음악은 이처럼 사람을 속박과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만든다.
장르에 관계없이 노래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의 아픔과 슬픔을 잊고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를 갖게 한다.
하물며 신이 내린 목소리의 소유자라는 소프라노와 타고난 소리꾼이 부르는 노래임에랴.
성악가 조수미와 가객 장사익이 보스턴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25∼26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다는 소식이다.
조수미의 노래는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라는 공식적 찬사에 관계없이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지난해 내놓은 크로스앨범 '온리 러브'나 TV드라마 '허준'의 주제곡 '송인'의 인기는 솜씨 좋은 성악가가 일반인의 마음을 얼마나 잘 어루만질 수 있는가를 일깨운다.
조수미의 노래가 듣는 이를 일순 꿈속으로 데려간다면 장사익의 소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잊어야 하는 허허바다로 내몬다.
1995년 첫 음반 '하늘가는 길',97년 TV드라마 '임꺽정'의 주제음반(티끌같은 세상 이슬같은 인생)을 만든 장사익이 '동백아가씨''댄서의 순정'같은 가요를 시원하고 거침없는 장사익버전으로 들려줄 때 사람들은 숨을 죽인다.
'소리가 실종되고 음향만 남은 가요판에서 대중음악과 전통음악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는 평.
조수미는 25일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코플란드의 '살롱 멕시코',장사익은 26일 '님은 먼곳에'를 들려준다.
속해 있는 영역은 다르지만 탁월한 노래솜씨와 솔직한 태도로 음악간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 두 사람이 보스턴팝스와 어우러지는 무대는 과연 어떨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