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의 감시와 격려,또 우려 속에 한 점 의혹없이 언론사에 대한 조사를 마쳤습니다" 29일 오전 11시 국세청 12층 대회의실.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은 6개 중앙 언론사와 일부 사주를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 첫 마디를 이렇게 풀어갔다. 손 청장의 말마따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시작된 지난 2월 8일 이후 국세청에는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손 청장이 말한 그대로다. "결코 언론사의 비리를 덮어줄 생각은 말라"는 감시성 전화에서 "국세청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격려성 전화에 이르는 그야말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지난 20일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부터는 언론사별 추징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손 청장의 이야기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자칫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더욱이 국세청은 왜 이 시점에 대대적인 언론사 세무조사에 나서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적잖은 땀을 흘려야 했다. 안정남 국세청장은 지난 25일 국회 재경위에 출석해 "세무조사는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적어도 법과 원칙만은 지켰다는 얘기다. 그러나 적법성만으로 언론사 세무조사의 배경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벌써 적잖은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손 청장은 지난 20일 발표 때 많게는 7개 언론사가 검찰에 고발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고발된 언론사는 6개사였다. 엄청난 로비와 청탁이 오갔다는 소문과 함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국세청 세무조사는 원천적으로 정당성을 잃게 된다. 정부에 비협조적인 언론사를 타깃으로 한 '기획 세무조사'란 불명예를 벗기 어렵다. 정부는 국민의 '감시와 격려,우려'의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세무조사 결과를 보다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세청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지난(至難)한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호 경제부 기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