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 보스턴컨설팅 서울사무소 이사 park.seong-joon@bcg.com > 요즘 백혈병을 비롯한 암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항암제 글리벡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소개됐다. 또 한 달에 1백만원을 넘어서는 치료비가 부담스러운 환자들이 약값을 내려 달라고 제약회사에 요청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제조원가가 대단치 않을 약을 불치병 환자에게 비싸게 파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상업성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몇 천 개의 신물질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한 가지 약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내는 이들 회사의 사업모델을 재음미하게 된다. 제약 의학 환경 등의 분야를 주축으로 하는 생명과학분야는 미국에서만도 2조달러 이상의 시장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이중 70% 이상을 20개도 안 되는 일부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 소수기업이 코카콜라같은 브랜드 인지도는 없을지 몰라도 우리의 생명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대기업과 정부부처가 생명과학을 21세기의 반도체산업으로 인식하고 이 산업의 진출 및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으로서의 생명과학은 도박성이 높은 확률게임이며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과 판매의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따라서 여기에 진출하는 기업은 과거 반도체시장에 도전했던 한국기업이 보여준 이상의 모험정신뿐만 아니라 생명과학의 어떤 분야를 선택해 자원을 집중할 것인가,어떤 개발 및 판매전략으로 규모의 취약성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 분석이 필요하다. 생명과학은 사회 전반의 연구기반 조성이 필수적인 분야로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낼 정부의 현명한 정책수립도 기대해 본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15%를 차지한다. 여러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이 사업을 개척하지 못했더라면 우리 경제가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볼 만하다. 생명과학분야는 현재의 가치와 성장의 잠재성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산업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분야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을 만들어 갈 기업과 정부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