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ㄲ'자로 시작하는 '꿈'과 '끼'와 '꾀'와 '깡'과 '꼴'과 '끈' 여섯 가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이 중에서 남자에게는 '끈'이,여자에게는 '꼴'이 아주 중요하다는데,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끈' 하나로 '실세'가 되고,'꼴'이 예뻐 '스타'로 뜨는 경우를 보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 어떤 신문에서 '사정당국이 몇몇 경제부처와 정부출연기관에 대해 차기정부에 대비한 줄서기를 내사해 관련자를 인사조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고위직 공무원 및 정부투자기관 임원들이 업무처리를 소홀히 한 채 인맥구축에 열을 올려 정책수행이나 민원처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최근 벌어진 노사분쟁도 이미 예측됐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태만'이 이유라고 했다. 인간은 본래부터 '人'자의 모양과 같이 서로 기대어 살고, '間'자의 뜻과 같이 사이, 즉 관계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끈'이나 '줄'은 인간에게 숙명적인 문제인 것 같다. '끈'은 일을 잘하기 위해 능력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고,측근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불가피한 점이 있다. 누구나 이것을 인정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능력도 있고 '끈'도 있는 사람이 중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얼토당토않은 사람이 '끈' 하나로 과분한 직책을 맡거나,맡은 일은 팽개치고 '끈달기'에 나서 책무를 제대로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가 한다. '지연''학연''혈연' 등 생래적인 '끈'이 없더라도 평소에 준비해 둔 '끈'으로 어디에나 닿는 '마당발'이나,없는'끈'도 금방 만드는 '아첨꾼'이 이 정권 저 정권을 넘나들면서 계속 잘 나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새 정권창출을 훼방놓거나 반대하던 사람들이 재빨리 새 정권에 '끈'을 달아 계속 잘 나가는 사람도 제법 본다. '직업이 장관'이거나 '전천후로 잘 나가는' 사람들은 왜 그런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마당발'이나 '아첨꾼'들이 '끈'을 달아 '낙하산'을 타고 내리면 조직의 사기는 떨어지고,그 곳에서 평생을 열심히 일한 전문가들은 슬픈 소시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너도나도 '끈달기'와 '줄대기'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헌법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은 다수 국민의 지지로 성립된 정부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직업공무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의 정강·정책에 따라야 하며,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잘못이 없는 한 공직자들의 신분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대의정치와 직업공무원제도는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충실히 일하고도 다음 정부에서 '끈'이 없어 밀려나게 되면 '눈치'를 보고 '줄서기'에 나서게 된다. 지난번 '의료보험 파동'에서 보듯이,문제가 되면 시키는 대로 일한 직업공무원들만 처벌된다면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꼼짝 않거나,'복지안동(伏地眼動)'하며 눈치만 살피는 공직자,하도 오래 땅에 엎드려 있어 '신토불이(身土不二)'가 된 공직자들이 생기게 된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밀려난 선배 공직자들로부터 후배들은 배운다. 지난번 차관인사에서 승진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었다는데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끈'이 있다고 과분하게 중용해서도 안되고,'끈'이 없다고 밀어내서도 안된다. 또한 고위공직자들이 자기 맡은 일에 충실해야지 이 정부 저 정부에 '끈'을 달려고 뛰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끈대기' 씨를 뿌리면 '줄대기' 열매가 계속해 맺게 될 것이다. 미국의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장은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됐지만,지금 공화당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이 정부에서 임명된 국가정보원장이 다음 정부에서도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임기 말에 '줄대기'를 방지하려면 임기 초에 '있는 끈'은 무시하고 '없는 끈'을 다는 사람은 내쳐야 한다. '혐의 받은 끈' 하나 때문에 '밥벌이' 한 자리도 어려웠던 기억이 아직도 나를 슬프게 한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