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이고… 도무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요" "장관도 말을 뒤집고 통신 대기업들도 말을 뒤집고 정부의 영(令)도 먹히지 않으니 난장판이죠" "정부를 믿고 일을 추진해 왔는데 이제 와서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니 '닭 쫓던 개' 꼴이 아니고 뭡니까" 요 며칠새 통신업계 임원들이 털어놓은 불평들이다. 대놓고 불평하지 않더라도 통신시장에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질서가 문란해졌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단말기 보조금에 관한 정보통신부의 영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보조금 금지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개월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통신위원회가 수차례 처벌을 가했다. 그러나 시중에는 여전히 '공짜폰'이 나돌고 정통부는 "보조금 부활은 있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비동기식 사업권을 따낸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동기식으로 돌아선 점을 들 수 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작년말 '2002년 월드컵 때 비동기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계획을 변경, 동기식으로 상용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번째 사례는 3세대 이동통신에 관한 장관의 말 뒤집기다. 양승택 정통부장관은 석달전 취임직후 동기식 사업자에겐 출연금을 삭감해 주고 LG텔레콤 주도의 컨소시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최근 입장을 바꿔 분납은 몰라도 삭감은 안되며 LG가 통신시장 3강 재편의 틀을 내놓지 않으면 사업권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물론 나름대로 사연이 있고 변명의 여지도 있다. 보조금에 대해서는 경기가 나쁘니까 눈감아줄 수 있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있고 장관은 취임 초기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신뢰를 저버리는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불신이 팽배해졌다는 점이다. 중소통신업체들은 정부나 대기업이 말을 바꾸는 바람에 애써 개발한 장비를 팔 수 없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한 벤처기업인은 "신뢰가 무너지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김광현 IT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