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8일 이후 약 넉달반 동안 기자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세무조사의 직접 대상인 기업(신문사)의 일원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조사활동을 취재해야 하는, 일견 모순되는 입장이었다. 사상 초유로 중앙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일제 조사라는 점에서 대단한 관심사였지만 취재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많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각 조사국은 긴장감이 돌 정도로 굳은 분위기였고 취재원(조사국 직원)들은 말문을 닫아버렸다. 접촉 자체가 원천적으로 가로막힐 때가 많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웬만하면 최소한의 취재내용에다 이미 알려져 있는 내용을 보태 기사를 쓸만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열대여섯명의 조사요원이 한국경제신문 본사에도 한동안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온갖 해묵은 장부를 들춰내는 상황에서 국세청에서 공식 확인해주지 않는 기사를 쓰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취재기자의 입장만 어려웠다고 말하기는 힘들겠다. 현장의 조사요원은 물론 국세청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언론자유 보장'과 '성역 없는 과세' 사이에는 구조적인 갈등 요인이 있었다.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신문의 무가지 판정을 어떻게,어느 선에서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항간에서는 "오너와 대주주에 대한 처리가 가장 골치 아플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국세청의 입장은 달랐던 모양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국세청이 실무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은 세금포탈 행위에 대한 세금추징과 처벌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언론경영의 관행과 현실,규정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판단하고 세법의 잣대를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든 조사결과는 발표됐다. 결과는 오랜 관행(무가지 지국 공급)에 대해서까지 세금이 부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오너와 대주주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는 않겠다는 방침도 재천명됐다. 이제부터 엄청난 유·무형의 압력과 유혹이 여야 정치권이나 관련 언론사에서 국세청으로 집중될 수도 있겠다. 국세청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는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