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을 포함시켜놓고 실효성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민주당이 20일 자금세탁 처벌 대상범죄에 정치자금법 위반을 포함시키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계좌추적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으로 당론을 확정한데 대한 조순형 의원의 촌평이다. "계좌 추적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FIU의 손발을 묶는 격"이라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지난 18일만 해도 계좌추적권을 완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수 총무는 "표결처리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못하다. 공동 여당은 의석 과반수를 확보해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표대결을 승리로 이끌지 않았는가. 오히려 정치자금이 포함됐으니 계좌추적권을 제한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계좌추적권 문제에 대한 야당 입장은 더욱 가관이다. 한나라당은 "FIU의 계좌추적권 인정은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된다"(최연희 의원)는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정치자금 뿐 아니라 마약이나 조직범죄 등에 대해서도 계좌추적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바로 이틀 전 정치자금을 제외하는 대신 계좌추적권을 무제한 허용하자던 민주당 제안에 공감을 표시하던 때와는 1백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야당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회창 총재가 지난 3월 정치자금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한데다 정치자금 제외에 대한 여론도 부담됐을 것이다. 그러니 정치자금을 포함해 명분도 살리고 계좌추적권도 없애 실리도 얻자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여야는 이처럼 FIU에 범죄자금 세탁을 감시하라면서도 감시수단을 제한하거나 아예 주지 않겠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결론은 간단하다. 정치자금은 어떤 경우든 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 이 총무는 "너무 대중의 뜻에 따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 경우는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도 큰 잘못은 아닐 성 싶다. 윤기동 정치부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