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 보스턴컨설팅 서울사무소 이사 park.seong-joon@bcg.com > 지난 일요일 TV를 보니 프랑스에서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준비하는데 임 감독의 과거 작품 필름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고생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까지 제작된 5천여편의 한국영화 중 절반 가까운 2천편 가량이 소실됐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기록문화에 관한 일화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데 최근에 들은 것은 나환자촌이 들어서 섬 전체가 국립병원으로 취급되는 소록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섬이 나환자의 격리공간이 된 것은 일제시대부터라고 하는데 아직도 섬 여기저기에 그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소록도를 방문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일본인이 남긴 기록에 감탄한다는 것이다. 이 섬을 나환자수용소로 선정하게 된 연유와 그 이후 섬의 연역,나환자 동원 노역기록 등 모든 것을 후세에 남겼다고 한다. 이미 정보사회니 정보산업이니 하는 말들이 낯설지 않다. 실제로 인터넷 사용률,이동통신 보급률 등을 살펴보면 한국이 빠른 속도로 정보화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기업의 현실은 아직 정보화와 거리가 먼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례로 기업에서 무수히 작성되는 보고서의 경우만 살펴봐도 조직의 다양한 부서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작성된 이들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보관하는 KM(Knowledge Management)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이러다 보니 한 조직 안에서도 지적자산의 공유나 이를 바탕으로 한 확대 재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서로 다른 사람이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반복 작성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세계적인 기업은 일찍이 KM시스템을 도입,조직 내·외부의 지식을 축적하고 이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B2E체제를 수립,지적자산을 이용한 부가가치 창출과 운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도 정보화의 첫 걸음인 기록과 분류의 문화정립과 인프라 확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