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부부 재산계약"관련 예규를 제정했다고 한다. 부부 재산계약이란 결혼 전에 미리 결혼 후의 돈관리및 이혼시의 재산분배 등에 관해 정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마이클 더글러스(57)가 제타 존스(32)와 결혼하면서 이혼할 경우 매년 50억원씩 주기로 했다는 것이 그 예다. 국내에도 민법 829조(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에 "부부는 혼인 성립 전 재산에 관해 계약을 맺을수 있고...""등기를 할 경우에는 제3자에게도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아무도 신청하지 않아 필요한 서식조차 없었는데 올봄 한 예비부부가 등기하겠다고 나섬으로써 관련예규가 만들어진 셈이다. 부부의 재산계약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남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여자가 얼마나 극성맞으면"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여자들은 "괜찮다"는 쪽도 많다. 결혼정보회사에서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알아봤더니 여성은 61.9%가 찬성,남성은 80%가 반대했다는 보도다. 말도 안된다는 쪽에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자고 다짐하는 마당에 헤어질 것을 전제로 한 계약은 너무 각박하다며 혀를 찬다. 하지만 부부 싸움의 상당수가 돈문제로 발생하고 이혼율도 급증하는 만큼 처음부터 확실히 해두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약서가 없어도 재판을 통해 재산을 나눌수 있지만 그러자면 시간 과 돈이 필요한데다 재산이 남편명의로 돼있으면 여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얼핏 야박한 듯해도 일단 계약을 하면 서로가 조심하고 매사를 투명하게 처리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수 있고 따라서 보다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5월에 등기를 신청한 부부의 경우 실은 복학생과 사회초년생으로 만난 뒤 오랫동안 자신을 뒷바라지 한 여자에게 남자가 선물한 "사랑의 다짐"이라는 것이다. 요즘엔 40~50대 가운데 집을 부부공동 혹은 부인 명의로 등기하는 일도 늘어난다. 재산계약 자체를 무조건 "된다 안된다" 논란을 벌이기보다 세태의 변화를 되돌아 보고 마땅한 대응책을 강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