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2일간 강행한 파업은 작년 10월에 이어 `항공대란'을 초래, 국가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당장 하루에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항공사는 물론 관광업계나 수출입업계 등 관련 업계는 막대한 간접 피해를 감수해야 했고, 여행객도 제때 항공기를 타지 못하는 불편과 손실을 겪어야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 닥친 항공대란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려 이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요구되는 등 무형의 손실까지 초래했다. ◆항공사 손실 = 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대한항공 국제선은 12∼13일 합쳐 전체 187편중 절반 가량인 91편이 결항됐고, 국내선은 484편중 무려 448편이 뜨지 못했으며, 화물편은 당초 예정됐던 40편중 불과 12편만이 운항됐다. 파업은 13일밤에 종결됐지만 그 여파는 계속돼 14일에도 국제선 97편중 52편만이, 국내선은 244편중 21편만이, 화물편은 3편만이 정상 가동될 예정이다. 대규모 결항 사태로 인해 대한항공이 직접적으로 입게된 손실은 14일 결항 상황까지 모두 감안할 때 대략 45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금액은 결항에 따른 영업손실외에 예약 고객을 다른 항공사로 연결해주는 등 서비스 제공에 따른 손실까지 고려해서 산출된 액수다. ◆관련업계 손실 = 국제선을 전담하는 인천공항공사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항공기 착륙료와 조명료, 정류료, 수하물처리시설이용료, 공항이용료 등이 평소에 비해 12% 감소한 하루평균 8천890만원의 수입손실을 입었다. 특히 승객 1인당 1만5천원씩을 받는 여객 이용료는 하루 6천630만원의 결손이 생겼다. 국내선 공항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공항공단도 평소 하루 1억9천만원에 달하던 착륙료 수입이 4천만원으로 떨어지는 손실을 입었다. 인천공항에서 주로 대한항공 승객들을 상대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경우 하루 평균 매출액이 35만달러에 달했으나 파업직후 26만달러로 줄었다. 여행업계는 대분의 업체들이 2주전부터 항공사 파업사태에 대비, 예약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체 항공권 확보 등의 조치를 취해놓은 상태였지만 여행일정 연기, 예약취소 등이 잇따라 적잖은 피해를 보았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출입 업체중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평소 국내 항공사 70%, 외국항공사 30%의 비율로 수출물량을 운송하는 삼성전자와 국내 항공사만 이용하는 하이닉스 반도체는 적기수출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무형의 손실= 대한항공의 파업은 여행객 불편과 국가신인도 하락 등 많은 무형의 손실을 초래했다. 외국 거래처와 계약을 성사시키기로 한 날짜에 출국 못한 수출입 업체 관계자들은 설사 계약파기까지 당하지는 않더라도 엄청난 신인도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 창원시는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실시키로 했던 해외바이어 초청 투자무역 상담회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번 투자무역 상담회에는 모두 12개국 51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참여키로 했으나 국제선 항공편 차질 등으로 일부 바이어가 제때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이 밖에 대한항공 노사는 이번 파업사태로 인해 서로간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불과 8개월만에 2차례나 항공기가 대규모로 멈춰선 항공사라는 인식을 여행객들에게 심어주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