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기업 마쓰시타 '초비상 경영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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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전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가전업계의 황제회사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탄탄한 소비자 신뢰, 그리고 우수한 기술진과 무차입경영의 안정된 재무구조 등등.
초일류 회사를 재는 잣대중 그 어느 하나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고 말 것"이라며 스스로 위기를 선언하고 초비상 경영체제에 돌입, 일본 재계의 주목 대상이 됐다.
마쓰시타의 위기 의식은 90년대의 10년간 성적표에서 출발한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 제품을 제외하면 최근 10년동안 히트상품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며 "지난 세월은 잃어버린 10년이나 마찬가지"라고 개탄했다.
이 간부의 말이 뒷받침하듯 마쓰시타전기는 일본 최고의 명문 가전회사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지난 91년 3월 결산에서 마쓰시타는 라이벌 '소니'를 매출에서 3조엔에 가까운 차이로 앞질렀으나 금년 3월 결산에서는 약 3천6백억엔으로 간격이 바짝 좁혀졌다.
마쓰시타의 자체 전망으로도 내년에는 소니에 추월당할 것이 분명한 상태다.
소니에 대한 열세는 상품 하나 하나에서도 드러난다.
간판 상품으로 자부해온 TV에서 마쓰시타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지난 99년의 경우 18%로 소니의 18.1%에 이미 뒤져 있다.
이뿐 아니다.
카메라 일체형 VTR, 가정용 게임기, 디지털 카메라 등 어느 것을 꼽아 봐도 소니를 앞지른 상품은 찾아 보기 힘들다.
히트상품 부재는 자연 수익악화로 이어졌다.
91년 3월 7.16%에 달했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01년 3월 2.45%까지 오그라들었다.
물론 소니의 3.08%보다 낮은 수치다.
마쓰시타전기는 최근 10년간을 암흑 속에서 보낸 가장 큰 이유로 과거의 성공체험에 지나치게 안주한 무사안일과 낡은 사업 방식을 꼽고 있다.
그리고 일류기업으로 살아 남으려면 영업과 생산에서 모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안된다고 신랄한 자기 반성을 퍼붓고 있다.
이 회사는 창업 당시부터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사업부제가 이제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품개발에서의 창의력과 도전의지를 가로 막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해결책의 하나로 사업부제 폐지를 선언한 마쓰시타는 개발력 강화와 생산비 압축을 위해 라이벌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마다 않고 있다.
영업에서도 경쟁 타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한 수술에 돌입했다.
마쓰시타는 영업부문 군살을 빼기 위해 2만여개에 달하는 대리점을 6천~7천개로 압축하고 양판점과의 협력을 강화, 강력한 판매거점 육성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일본 가전업계는 마쓰시타가 취약점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고 경영자들이 모두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내부 저항과 실천의지 부족등의 이유로 실행을 미뤄 왔을 뿐이라는 말이다.
작년 6월 지휘봉을 잡은 나카무라 구니오 현사장은 "이대로는 삼류회사로 전락하고 만다"며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개혁을 부르짖어 왔다.
마쓰시타가 이름 값에 걸맞는 실력을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되찾을 수 있을지 일본 재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