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엔 한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물, 바람, 나무 등을 벗삼아 자연에 동화되는 것이 최상의 피서가 아니었을까.


빳빳하게 풀을 먹여 까칠거리고 올이 성겨 바람이 솔솔 통하는 베적삼이야말로 가장 자연친화적인 여름옷이라고 할 만하다. 요즘에는 마(麻)에 레이온이나 나일론,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를 섞은 혼방 소재가 각광받는다.


천연소재인 마를 레이온과 혼방하면 보통 마보다 표면이 부드러워져 세련된 실루엣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를 나일론과 섞으면 광택이 나는데다 까칠까칠한 느낌이 더해져 시원해 보인다. 폴리에스테르를 섞은 마 소재는 광택은 다소 줄지만 구김이 적고 착용과 보관이 쉽다.


여성복의 경우 지난해부터 마 소재의 특성을 살린 정장, 재킷, 바지 등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남성복은 넥타이를 매지 않는 캐주얼 셔츠나 재킷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마 소재는 구김이 많아 신사복 소재로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요즘엔 린넨으로 불리는 아마 합성 소재 등을 활용한 캐릭터 정장이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마 소재는 통기성이 좋은 반면 조직이 성글어 상하의를 같은 소재로 입으면 한복처럼 고전적인 느낌이 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마 소재의 원피스에는 광택은 나지만 소재가 달라 흐늘거리는 느낌을 피할 수 있는 데님 재킷이 어울린다.


마는 소재의 특성상 디자인이 단순한 경우가 많으므로 색상을 이용해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흰색 셔츠나 재킷에는 화사한 핑크나 하늘색 옷을 받쳐 입으면 좋다.


마는 질기지만 잘 구겨지는 것이 단점. 따라서 예의를 갖춰야 할 자리에는 정장이라 할지라도 적당하지 않다. 이런 경우는 구김이 적은 폴리에스테르 혼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는 주로 드라이클리닝을 하지만 면과 섞인 것은 물세탁을 해야 한다.


폴리에스테르와 혼방인 경우는 물세탁이 옷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드라이클리닝을 할 경우에도 세탁소에서 용제 정화용으로 사용하는 염산이나 황산이 마를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중화된 용제를 사용하는지 주의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