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넉달째 지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등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물가 억제목표(4%이내)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 10여년만에 다시 쌀을 수입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산물 가격은 이달들어 폭등세로 돌변했다. 특히 배추 가격은 전국적으로 전달보다 3∼4배로 뛰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 상추 오이 고추 등 채소류도 일제히 급등세다. 이는 김치 등 가공식품과 음식점 등 서비스가격의 연쇄 상승세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유독 이달에 농산물 가격이 뛴 것은 출하시기별로 생산지가 다르기 때문. 서울 가락동시장 관계자는 "올 3∼5월엔 주로 가뭄이 덜했던 남부지방에서 농산물이 출하돼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였지만 이달부턴 가뭄피해가 심한 중부지방에서 본격 출하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로 4월 5.9%, 5월 5.2% 올랐다. 그러나 이달 초순 조사에선 농축수산물이 전월말보다 벌써 1.6% 올랐다. 농축수산물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14.45%고 이중 채소류는 2.34%다. 채소류 가격이 배로 오른다면 다른 품목이 안정돼도 물가를 2∼3% 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가뭄 장기화로 경기 강원 등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돌변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의하면 현재 3만5천㏊의 논밭이 가뭄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모내기를 못하거나 심은 모가 말라 올 벼농사 작황도 걱정스럽다. 농림부 관계자는 "쌀 재고가 충분해 쌀 수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뭄이 이달말까지 지속될 경우 쌀농사를 망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물가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은은 올들어 환율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지난달까지 물가가 급등하다가 이달부터 안정세를 점쳤는데 농산물 작황 악화라는 새로운 악재를 맞게 됐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유가와 농산물을 뺀 근원인플레이션 기준으로 물가목표를 관리하지만 이런 지표물가와 장바구니물가간의 괴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목적댐 인근지역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공급이 비교적 원활한 편이지만 가뭄이 지속될 경우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