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영화 '진주만'과 反亞기류 .. 정석화 <美 시세로스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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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하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진주만'이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개봉돼 사흘만에 7천5백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는 디즈니랜드사 발표가 있었다.
미국에선 이번 여름 3개월간 미 전역엔 에어쇼가 개최되어 복고적인 공중묘기와 모의 공중전이 연출된다.
이 행사는 일본해군 제로전투기와 미해군 P-47기가 공중전을 펼치는 것이 가장 볼만한 구경거리가 된다.
이 에어쇼를 통해 영화 '진주만'은 무료광고 효과를 얻게 될 것이고,이에 힘입어 관람객수는 영화 '타이타닉'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그러나 영화 '진주만'은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특히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시련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는 캘리포니아주에 몰려 살던 일본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집단 수용한 뒤 외부출입을 금지시킨 적이 있었다.
미국은 이들에게 최근에 와서야 보상을 했지만,대부분 희생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진주만'이 상영되자,샌프라시코에 있는 '일본계 미국시민연합회'에는 적개심 가득 찬 전자메일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미해군정찰기 EP-3와 중국전투기의 충돌사고가 발생,불시착한 24명의 미군이 11일간 중국에 억류됐다 풀려난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감정이 곱지 않다.
이 충돌사고에 대해 대부분 미국인들은 '국제영공에서 합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정찰기에 중국의 최신예 전투기가 카우보이 또는 핫도그(Hot Dog)라 불리는 위협적인 비행으로 접근하다 발생한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력은 일반정보에 나타난 수치로만 봐도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하이난다오의 충돌사고로 희생된 F-8 전투기 속도는 음속의 두배가 넘는 마하2.2를 과시하고 기동성이나 무장면에서 세계의 어느 전투기와도 대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셴양의 항공사에서는 이 최신 전투기를 제작,자국 군사력증강은 물론 제3국에도 수출한다는 정보가 있다.
중국해군의 초중량급 루후루다 구축함도 막강한 화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극동지역에서만은 미국 태평양함대와 공군력이 중국에 비해 열세다.
수적으로나 화력으로나 힘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그런데다 중국은 이달 중 대만 주변 섬의 기습점령과 미국 항공모함에 대한 공격을 초점으로 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이 훈련엔 미사일 여단은 물론 수륙양용탱크여단,잠수함과 첨단 전투기 등 정예부대와 최신 무기가 총동원된다.
미국인들에게 일본인 중국인은 그리 유쾌한 상대가 아니다.
문제는 한국인들도 그 범주에 포함될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극동아시아권에 속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도 그대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감은 일반 소비자들의 감정을 자극시켜 자동차나 컴퓨터 등의 판매에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또 일반 선거권자의 감정은 그대로 미국정부 정책에 반영돼 그동안 각 주정부나 정부관련 업체 및 항공기 제작사 등에서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구매하던 품목을 중지하거나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정부는 오래 전부터 소수민족 보호정책의 하나로 정부구매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수민족 소유기업에 할당하는 것을 법으로 정해 실천해 왔다.
우리 교포 기업인들도 그 혜택을 활용해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아시아인의 우수성을 질시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그 보호정책에서 아시아인을 제외시키자는 주장이 있었고,이번에 다시 그런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극동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나,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한국전쟁의 희생국임을 외교·문화적으로 적극 홍보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산업 및 군사적 동맹관계를 맺는다면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도움이 되어 통일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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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