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 '특수분장사' : (파이어니어) 전문가 황현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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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은 대학 2학년때 화장을 하고, 3학년때는 분장을 하며, 4학년때는 변장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속칭 "화장발" 기술이 세련되면서 본색을 감춰간다는 뜻.
"3학년 단계"인 분장은 보여지는 얼굴이 맨얼굴과 상당히 다름을 경계(?)하는 의미일진대 실제 분장이 배우를 극중 역할로 "변신"시키는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그 본령에 상당히 가까운 유머일 수 있다.
20대 청춘을 주름 자글자글한 노인으로 만들거나, 갈비씨를 뱃살 푸짐한 거구로 부풀리거나, 멀쩡한 사람을 목이 잘려 피가 낭자한 시체로 나뒹굴게 하는 분장은 인물, 나아가 극의 리얼리티와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몫이다.
특수분장 전문가 황현규(43)씨는 "상상하라, 그것은 현실이 된다"는 말로 분장이 지닌 마술적인 힘을 요약한다.
"영화는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고, 그 이야기를 움직이고 끌어가는 축은 사람입니다. 분장은 바로 그 "사람"을 창조하는 일이에요.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상상력에 따라 그 결과가 무한한 다양성으로 나타나는 흥미진진한 작업이지요. 일반분장이든 특수분장이든 말입니다"
95년 배창호 감독의 "러브 스토리"를 시작으로 영화분장을 시작한 황씨는 "정"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박하사탕" "비천무" 등에서 맹활약하며 입지를 다진 프로중의 프로.
현재 부산에서 촬영중인 장선우 감독의 SF 신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제작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황씨는 인생을 1백80도 급회전한 이색전력으로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학에서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유학생활 6년째 느닷없이 공부를 접고 독일 분장계의 신생 명문인 메피스토 분장전문학교에 들어가 수석졸업장을 딴후 귀국했다.
"영화일을 하고 싶었어요. 대학시절부터 영화 연출부나 영화사 기획실을 기웃거리기도 했고 유학도 사실은 영화평론을 염두에 두고 떠났으니 아예 다른 길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요"
"굶기 딱 알맞다"는 주변의 만류는 오히려 그에게 "비어 있는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심어 줬고 그는 그 빈 공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분장기술자가 아닌 분장전문가로 서기 위해서는 우선 작품을 스스로 완전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분장컨셉트를 배우에게 설득시키고, 완전히 동화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장이 따로 놀게 되고 결과적으로 작업을 망치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인물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자기 논리가 필요하구요"
한양대 연극영화과 "분장실습"을 강의중인 그는 현장이 필요로 할 때까지 현장에 머물 것이라고 말한다.
분장사가 배우의 종속개념이 아닌 독자적인 전문인이라는 인식을 높이고, 늘그막(?)에는 최근 출간한 분장입문서 "황현규의 분장이야기, 상상하라 그것은 현실이 된다"를 잇는 체계적인 분장전문서적을 펴내는게 꿈이라고.
그런데 특급 분장전문가에게 질문 하나.
도대체 화장발의 한계는 어디일까?
"화장은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최소화시킨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인물을 달라보이게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예뻐 보이려면 무엇보다 건강하고 마음이 밝아야 한답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